▷최근 어느 모임에서 벌어진 난상토론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모처럼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정책이다. 17개 대기업이 전국의 지역을 하나씩 맡아서 그 지역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업화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일을 도와주자는 구상이다. 삼성은 대구, 현대자동차는 광주, SK는 대전과 짝을 맺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첫 번째 센터 출범식에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참여해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경제인들에 따르면 이 센터는 발표가 나오기 며칠 전에 급조됐다. 대기업 대부분이 발표 직전에 “이런 걸 하니 어느 지역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대기업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 한 번 하고 발표했다. 갑자기 특정 지역의 미래를 도맡게 된 대기업들은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다. 그렇다고 졸속 정책이라 비난만 할 생각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몇 군데 성공할지 모른다. 하지만 근혜노믹스의 한 주축인 창조경제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