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물 주고받은 혐의 전교조 교사 “메일 안썼다” “기억 안난다” 주장
법원, e메일 작성 여부 판단 보류
檢, 선고일 미뤄가며 증인 등 보강… ‘디지털 증거’ 관행 바뀔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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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의 신청을 받아들여 ‘변혁의 새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새시대 교육운동) 소속 박모 씨(53·여) 등 교사 4명의 변론을 22일 재개한다고 9일 밝혔다. 박 씨 등은 2008년 ‘새시대 교육운동’을 결성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을 추종하는 내용의 사상학습을 벌여온 혐의 등으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검찰은 최근 연이은 공안사건 재판에서 법원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박 씨 등의 국가보안법 혐의 관련 증거가 채택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 씨 등은 자신의 PC에서 본인 명의의 e메일 계정으로 주고받은 이적표현물 등 디지털 증거 대부분에 대해 “작성한 적 없는 내용이다” “오래돼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전문(傳聞) 증거 배척 법칙’에 따라 박 씨 등이 e메일을 송수신한 사실만 증거로 채택했고 e메일 내용을 직접 작성했는지는 판단을 보류한 상태다.
이처럼 재판부가 박 씨 등이 김일성 주석의 어록이나 북한 노동당 문건을 본떠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반미자주’ ‘무장투쟁’ 등 e메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유죄 판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박 씨의 e메일을 받은 다른 교사 및 학부모 등을 추가로 증인으로 세우고 박 씨가 e메일에 첨부된 파일 내용대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필 메모 등을 보강해 디지털 증거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