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사기… ‘절망 2년’ “이젠 행복을 알고 싶어요”
4남매 중 첫째인 박 양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재혼해 의붓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박 양이 20세에 가까워지자 “여군에 가서 입을 덜든지 중국에 가서 돈 벌어 오든지 하라”고 수시로 재촉했다. 그러던 차에 동네 아주머니가 “중국 옌지(延吉)에서 종자를 고르는 일을 하면 한 달에 500위안(약 8만70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다.
큰맘 먹고 집을 나섰지만 사흘 만에 도착한 옌지 인근 야산에서 박 양을 기다린 것은 인신매매범이었다. 저녁 무렵 야산에서는 주변에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따라오지 않으면 산에 버리고 가겠다”는 인신매매범의 말에 저항할 수 없었다.
박 양은 지난해 10월 한 기독교 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한국에 온 박 양은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의 도움으로 C형 간염 치료와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 달 전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며 올해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 양은 “대학입시 준비가 너무 어려워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브로커를 통해 북에 있는 엄마와 통화하는 데 8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 아르바이트 월급을 모아 엄마와 통화 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