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전-세종에 벤처대박단지
잠재력 큰 벤처 자금지원-멘토링… 코넥스 상장→미국진출 돕기로
‘사업화 장터’ DB 구축해 기술 축적… 45개 기관 産學硏 협력모델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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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 확대 출범식’과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미 개발해 놓고 활용하지 않는 기술은 ‘장롱면허’나 다를 바 없다”며 “(대전의)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와 대학의 풍부한 연구 성과가 제대로 사업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SK 관계자들에게 “10개 회사가 성공하면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용기를 내 창업하게 돼 요원의 불길처럼 창조경제의 불씨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기업 장점인 자금력-노하우 전수”
SK의 대박 벤처 만들기 작업은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멘토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 관계자는 “대전 지역 대학이나 연구소들의 R&D 역량은 이미 수준급”이라며 “대기업의 자금력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벤처기업 육성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창조센터를 통해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단기적으로는 벤처·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상장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드림 벤처 스타 공모전’을 통해 180개 기업 중 10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선정해 창조센터에 입주시켰다. 이 기업들 중에는 ‘테그웨이’(사람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 ‘씨메스’(산업용 3D 스캐너) ‘엑센’(이산화탄소 농도 감지)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총 450억 원의 벤처 육성펀드를 조성해 지속적으로 이 지역의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SK 동반성장펀드 중 150억 원을 대전 지역에 배정하고 중소기업청과 함께 300억 원의 창업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테스트베드와 벤처기업들의 기술 검증 인프라로 쓰일 ‘사이언스 빌리지’도 총 250억 원을 들여 만들기로 했다.
○ “개인 발명가와 벤처기업에 기술문호 개방”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SK 주요 계열사 3곳이 출연연 19곳과 대전지역 5개 대학 등과 함께 ‘기술 사업화 장터’를 만들어 각 기관의 보유 기술을 공유하고 개방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SK, 대전시, 대덕특구 내 30개 출연연, SK 협력사 10개 등 총 45개 기관이 공동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벤처기업 육성 조치는 창업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벤처기업의 ‘옥석 구별’에도 효과적”이라며 “정부 주도 정책보다 전체 벤처기업 생태계 수준을 높이는 데 훨씬 더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재명·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