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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이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라과이(FIFA랭킹 60위)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한국 김민우가 전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축하를 받고 있다. 천안|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각 연령별 대표로 맹위 떨친 뒤 잠시 잊혀졌던 비운의 주인공
브라질월드컵 이후 새 출발하는 A대표팀에서 핵심으로 우뚝
왼쪽 풀백과 윙어,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멀티 능력 재확인
한 때 김민우(24·사간도스)의 닉네임은 ‘황태자’였다. 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맹위를 떨쳤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까지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기쁨은 길지 않았다. 정작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를 앞두고 최종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홍 감독이 지난해 여름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중용 받지 못했다. 동아시안컵과 일련의 평가전에서 간혹 모습을 드러냈지만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기회도 잡지 못했다.
연이은 아픔 속에 김민우는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10월 A매치 시리즈(10일 파라과이-14일 코스타리카)를 준비한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일본 J리그 소속 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대표팀 승선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신태용-박건하-김봉수 3인 코칭스태프 체제로 소화한 9월 A매치 2연전 때도 부름을 받아 베네수엘라 친선경기(3-1 승)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뽑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훨씬 컸다.
킬러 감각을 발휘했다. 전반 27분 상대 문전 왼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2-0 한국의 승리로 끝난 파라과이전 결승골이자 그의 A매치 첫 득점포였다. 그가 왼쪽 측면에만 주력한 건 아니었다. 전형적인 멀티 플레이어답게 중앙과 좌우를 두루 오가면서 스리백(3-5-2)으로 나선 파라과이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동료들과의 호흡도 척척 맞았다. 전반과 후반을 각각 이청용(볼턴)-손흥민(레버쿠젠)과 번갈아가며 손발을 맞췄고, 후반 26분 한교원(전북)과 교체될 때까지 계속해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경기 맨 오브 더 매치(MOM)는 그의 몫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멋진 모습을 보인 뒤 2만5000여 관중의 환호를 받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제자에 악수를 건네며 고마움을 전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김민우가 슈틸리케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다시 한 번 ‘황태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천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