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들 “시범케이스 될라” 몸사리기… 중소업체들 “지금이 기회” 공격적 영업
7월 2일 정부가 도입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된 지 100일을 넘기면서 제약업계의 영업 행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사가 특정 의약품을 채택한 병원이나 의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두 차례 적발되면 해당 제품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면 제품의 가격이 크게 올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수 제약사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대형 제약업체들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영업사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은 사내에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교육은 필수”라고 공표한 뒤 지난달 말 하반기 영업교육을 진행했다. 동아ST는 임직원들의 불법 리베이트를 감시하는 전담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했으며 유한양행과 종근당도 영업 부서와 분리된 CP 전담조직을 강화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첫 처벌 대상이 아직 나오지 않아 더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대형 업체들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을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8월에는 CMG제약과 동화약품이, 지난달 15일에는 태평양제약이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다. 한 차례 더 적발되면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적용받지만 중소 제약사들 사이에는 ‘약이 안 팔려 망하나 리베이트 영업을 하다 문을 닫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병원과 의사들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리베이트 의심을 받느니 오리지널 약품이나 해외 약품을 쓰겠다는 의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환자가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사는 의약품 매출액인 원외처방액은 8월 7175억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 감소했다. 상위 10개 업체의 8월 처방 실적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줄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복제약(제네릭)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리베이트를 기반으로 한 영업전쟁이 사라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리베이트를 당연시했던 병원 의사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