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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영미]그들이 IS에 자원하는 이유

입력 | 2014-10-13 03:00:00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집단 처형, 어린이 동원, 인질 참수 등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역대 어느 테러 단체보다 더한 잔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 ‘잔인함’을 홍보전에 탁월하게 이용하고 있다. 주로 쓰는 것은 인터넷과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는 IS의 상징인 검은 깃발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은 계정이 여럿 눈에 띈다. 이들은 친절한 멘션을 날리며 전 세계 젊은이들을 시리아로 유인한다. 10대들에게는 무작위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다. 그 결과 많은 10대 소녀들을 시리아로 유인해 ‘지하드 신부’로 만들었다. 가장 어린 나이의 지하드 신부가 독일 출신 13세 소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서구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IS는 ‘이슬람 전사의 아내’가 되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이고 히잡을 쓰는 것이 얼마나 색다른 경험인지 말하며 포스팅한다. 해가 지는 사막을 보여주거나 시리아 음식 등을 올리며 이국적인 생활을 자랑한다.

남자들에게는 “진정한 남자가 되고 싶은가” “서바이벌 게임이 아닌 실제 전장에서 싸워보고 싶지 않은가”라며 마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로 선동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높은 실업률에 갇혀 있는 젊은이들에게 “부모님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지 말고 전장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위한 직업’인 전사가 돼라”고 선동한다. 여비와 숙소를 제공하니 시리아에 와보라고, 마치 보이스카우트 캠프에 초청하는 것처럼 말한다. 실제 시리아행을 택한 젊은이들이 올린 SNS 메시지 중에는 군사 캠프 생활이 마냥 신나고 즐거운 듯 보이는 것이 있다.

IS는 별도의 홍보 선전 담당 부서까지 운영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52초짜리 영상은 어지간한 영화 티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뛰어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S를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연설을 한 직후 백악관이 폭파되면서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을 슬로 모션으로 처리하고 공포 영화 같은 배경 음악도 삽입했다. 고급스러운 영어로 IS 전사가 되면 얼마나 값진 인생을 사는 건지 광고하는 영상도 있다.

참수 동영상에도 영국식 악센트를 쓰는 ‘존’이라는 영국인 IS 전사를 등장시킨다. 실제 인질들의 목을 베는 것은 존이 아닐 수 있으나 마치 용감한 영국인 전사가 인질의 목을 베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편집했다. 또 서방 출신 전사의 소감을 인터뷰하고 의사 출신 전사가 병원에서 주민들을 치료하는 식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상도 만든다. 이는 IS가 중동 사막에서만 활동하는 게릴라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활동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IS 대원이 되려고 모여든 외국 출신만 해도 1만2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방에서 건너온 사람은 총 3000명으로 영국인은 750여 명, 미국인은 300여 명, 프랑스 전사들도 약 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세계 80여 개국 젊은이들을 포섭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제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도 전사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IS는 이들을 시리아나 이라크로 불러들여 각종 테러 기술과 폭탄 테러, 암살 교육을 한 후 각자의 고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F-22 전투기보다 무섭다는 IS의 홍보 전략을 과연 서방은 이겨낼 수 있을까.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