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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 읽고 탈북결심” 파괴력 크지만 평양까지 보낼 南風 만나기 어려워

입력 | 2014-10-13 03:00:00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대북전단 풍선’ 뭐기에 北 발끈하나






북한이 급기야 기관총 도발로 나선 대북 전단(삐라)은 풍향 등 날씨에 따라 북한 지역으로 가거나 엉뚱하게 남측 지역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대응이 보여주듯 제대로 북측으로 넘어가는 경우엔 북측 지도부의 ‘심기’를 긁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북한의 각 지역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격)가 중앙 보위부에 “삐라가 떨어졌다”고 보고하는 것이 한국 군 당국 감청에 포착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북한의 타깃이 됐던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의 작업은 올해 진행한 20여 차례의 대북 전단 보내기 움직임 가운데 하나였다. 모두 1000여 개의 대북 전단 뭉치를 수소가스가 가득 찬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보냈다. 보통 무게 3kg의 전단 뭉치에는 전단 3만 장이 들어간다고 한다. 올해에만 최소 3000만 장의 전단을 날렸다고 했다. 그는 2003년부터 비공개로 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보내는 대북 전단에는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이었다는 사실을 비롯해 백두산 혈통(김일성 일가)의 허구성, 한국의 발전상 등이 담겼다. 이 단장은 대북 전단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탈북자도 만났다고 한다.

이런 대북 전단이 북한 지역에 떨어지려면 풍향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쪽으로 부는 바람이 없는 날엔 군사분계선(MDL) 남쪽, 심지어 서울 강남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

이 단장은 “평양으로 전단을 날리려면 남풍 또는 동남풍이 필요하지만 풍속이 센 남풍 계열의 바람이 한반도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평양 쪽으로 날리기에 적당한 장소는 강화도. 여름철에 조금 늘어나는 서남풍을 활용해 북한의 강원도 지역으로 전단을 날릴 때에는 경기 연천군 포천시, 강원 철원군 화천군 지역을 풍선 날리기 장소로 선택하곤 한다.

풍선으로 날려 보낸 전단은 언제 어떻게 살포되는 걸까. 최근 개발된 방식은 타이머를 부착하는 것. 정해진 시간에 대북 전단 뭉치와 이어진 줄이 타이머에서 풀리게 하는 것. 건전지를 사용하는 타이머가 부착된 풍선은 10시간가량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일정한 속도의 남풍이 불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도라산)에서 205km 떨어진 평양까지도 전단이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는 애기다. 그런 그도 올해 전단을 날린 건 한 달에 1∼6회꼴. 차가운 서북풍이 부는 1, 2월에는 맞는 바람을 찾기 어렵다.

그는 대북 전단을 공개적으로 보내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 대해 “바람이 맞지 않는 날에도 행사를 공개해 북한을 자극하고 한국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전단 날리기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표는 “10번 중 9번은 비공개로 한다. 공개적으로 보내는 건 후원을 유도하고, 후원자들에게 대북 전단이 실제로 살포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10일에는 풍향도 잘 맞았다”고 반박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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