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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조진서]땅값의 이중성

입력 | 2014-10-13 03:00:00


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기자

서울 경복궁 옆 삼청동 거리에서 10년째 한옥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카페를 찾는 손님 중에는 “어떻게 하면 카페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그럴 때면 이 친구는 이렇게 답한다. “혹시 어디 사놓은 건물이나 부모님에게 물려받을 건물이라도 있나요? 없으면 카페 하지 마세요.”

많은 직장인들과 은퇴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카페나 음식점 같은 자영업을 꿈꾼다. 이미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일하는 사람 넷 중 하나는 자영업을 한다. 하지만 자영업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 초 회원 4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 음식점들의 한 달 평균 이익은 216만 원이었다. 자신과 가족의 인건비는 고려하지 않은 금액이다. 이것까지 생각하면 결국 자영업 음식점의 평균 수익은 0에 가깝다.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보통 음식업계에서는 월세가 매출의 10% 정도면 정상적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힘들게 일하는 음식점 주인의 이익률은 0%에 가까운데 반해 가게를 임대해준 건물주는 평균적으로 매출의 10%를 이익으로 챙겨가는 것이다. 물론 건물주는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간 투자에 대한 정당한 수익을 챙기는 것뿐이다. 문제는 땅값 자체가 비싸다는 점이다. 땅값이 높으면 건물주는 월세도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

높은 부동산 비용은 카페와 음식점 같은 자영업뿐 아니라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에 부담이 된다. 공장을 지을 땅이 비싸면 기업은 다른 나라를 찾아 떠난다. 투자 자체를 포기하고 현금을 쌓아두기도 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한창 왕성한 소비생활을 해야 할 청년, 장년층이 전월세금을 마련하고 부동산 대출금을 갚느라 다른 생산적 소비활동에 돈을 쓰지 못한다. 아이를 낳고 키울 여력도 줄어든다. 경제 전체에 활력이 떨어진다.

부동산 가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자산으로서의 측면과 자원으로서의 측면이다.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은 가격이 높을수록 경제에 힘이 된다. 부동산을 소유한 가계와 기업의 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들은 일정 부분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반면 자원으로서의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질수록 좋다. 생산 활동에 필요한 부동산 비용이 줄어들어야 경제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월세가 떨어져야 장사할 맛이 나는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단기적인 자산가치의 하락을 걱정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의 저하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5%대를 유지하던 잠재성장률은 3%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침체 대책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맞게 부동산 가격이 경제의 생산성에 주는 영향을 좀 더 거시적으로, 다각적으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했으면 한다.

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