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기자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장에선 국회의원들의 호통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국감에서 기관장들에 대한 의원들의 공세는 일상이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최근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이 졸속으로 진행됐으며 숭례문 화재 이후에도 소방 방재시설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횡설수설하며 구체적인 대안 없이 사과만 늘어놓았다. 보다 못한 여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나 청장과 간부들을 질타했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청장이) 하루 종일 계속 잘못했다만 말하게끔 해서 되겠느냐. 옆에서 디테일한 부분을 좀 챙겨주라”며 김종진 차장 등을 나무랐다.
나 청장은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건넨 쪽지만 읽다가 동문서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느냐는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미수금 반환을 위해 공문으로 납부를 독촉하고 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하루 종일 문화재청 국감을 지켜본 의원들 사이에서는 “나 청장이 현안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취임한 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박물관 학예실장 출신의 나 청장과 올 2월 경질된 연구원 출신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교하기도 했다. 공직 경험이 전무한 외부 전문가가 부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미였다. 숭례문 사태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문화재청이 거듭나려면 청장부터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