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자 85%가 “원전 반대” 일각선 “반대표 39.8%일뿐”
강원 삼척 원전 유치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 결과 ‘반대’가 압도적 우세로 나타나면서 원전 유치 철회 운동이 본격 점화됐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 사업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삼척시와 정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총 투표자 2만8867명 가운데 84.97%인 2만4531명이 원전 반대표를 던졌고, 4164명(14.51%)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삼척시와 시민단체들은 투표 결과를 근거로 정부에 원전 철회를 잇달아 촉구했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를 통해 시민들이 원전 유치를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한결같은 의사를 확인했다”며 “청와대,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상대로 삼척 원전 건설 백지화 의지를 천명하고 원전 예정구역 지정고시가 해제될 수 있도록 설득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업부는 “신규 원전 예정구역 지정 고시는 2012년 9월 삼척시의 신청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만큼 주민투표와 관계없이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삼척시가 원전 유치 과정에서 정부에 제출한 ‘주민 찬성 서명부’가 대리, 중복 등 조작 의혹이 일부 확인됨에 따라 유치 신청 및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서명부에는 삼척시 유권자 5만8339명 가운데 96.9%에 해당하는 5만6551명의 서명이 수록돼 있었는데 최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국회의원(정의당)이 이를 확인한 결과 대리 서명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서명 대신 동그라미만 친 경우도 있었다.
한편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전체 주민의 뜻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6·4지방선거 당시 삼척시 유권자가 총 6만1597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유치 반대표를 던진 유권자는 39.8%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