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릉으로 변경논의 꺼내… 주민들 “대회 반납 등 강력대응”
13일 강원 평창군 직원들이 군청에 게양돼 있는 올림픽 대회기 앞에서 스크럼을 짠 채 대기하고 있다. 이날 2018평창동계올림픽 반대투쟁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장소 변경 추진에 반발해 올림픽 대회기 하강을 시도했지만 군 직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평창군 제공
평창군번영회, 2018 성공개최 평창군위원회 집행위원회, 평창군의회, 평창군이장연합회, 평창군체육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동계올림픽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평창군 문화복지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비대위를 ‘평창동계올림픽 반대투쟁위원회’로 체제 전환하는 한편 규탄 성명서를 채택했다.
반투위는 성명서를 통해 “동계올림픽 대회의 가치와 특수성을 간과하고 유치 과정에서 약속했던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무색하게 하는 일부 정부 당국자의 파렴치한 행동은 규탄받아 마땅하다”며 “(개·폐회식 장소 변경 시) 평창올림픽 대회 반납과 반대 투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원도와 평창군에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행·재정적 지원의 중단을 요청하고 15일 평창 알펜시아의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장 앞에서 평창 주민의 의지를 밝히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범연 반투위 사무국장(평창군의회 부의장)은 “개·폐회식을 강릉에서 한다면 이 대회는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강릉 올림픽이다”라며 “3년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경제논리를 앞세워 개·폐회식 장소를 변경한다는 것은 발상 자체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개·폐회식장 파문은 지난달 2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담에서 문체부 측이 제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문체부는 평창에서 강릉으로 개·폐회식장을 변경하면 평창 횡계리에 동계선수촌을 건립하고 한국체대 평창캠퍼스 설립, 도암중 이전에 따른 대체사업 재정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평창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문체부는 10일 열린 국무조정실 주재 현안조정회의에 상정하려던 개·폐회식장 변경 안건을 상정 보류했다. 그러나 같은 날 문체부 고위 관계자가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개·폐회식장이) 무용지물이 돼서 후손들에게 왜 이런 걸 지었느냐는 비난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개·폐회식 변경안이 계속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인구 4000명인 횡계리에 수백억 원을 들여 시설을 짓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강원도 역시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힌 데다 평창 주민의 반발이 심해 변경안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개·폐회식 장소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3개 기관이 논의해서 최대한 빨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