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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안-오름 제주절경에 입이 딱

입력 | 2014-10-14 03:00:00

국제트레일러닝대회 인기 확인… 日참가자 “해마다 오고싶다”




은빛 억새로 물든 제주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10∼12일 열려 참가자들이 은빛 억새 등으로 물든 자연풍광을 즐겼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들판을 은빛으로 물들인 억새를 배경으로 걷고, 달리는 ‘2014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가 10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회와 ‘A 플랜’이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는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시리지역 오름(작은 화산체) 등을 무대로 ‘5km 트레킹’ ‘10km, 20km 트레일러닝’과 ‘100km 제주횡단 레이스’ 등 네 종목에서 열렸다.

이 대회 100km 레이스는 올해가 세 번째다. 2012년 첫 대회 참가자가 50명에서 이번에 170명으로 늘어나면서 명성 있는 대회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한라산(30km), 해안(30km), 오름(40km) 등을 3일에 걸쳐 달렸다. 이 레이스는 중간지점에 주최 측이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지만 참가자들은 물병, 재킷, 생존담요, 비상식량 등을 각자 배낭에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

기자는 그들과 함께 100km를 달리며 트레일러닝대회를 직접 체험했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하나로 국내에서도 동호인이 늘고 있다.

첫째 날, 동백나무가 우거진 한라산 둘레길을 빠져나와 돈내코 등산코스를 따라 고도를 높이는 힘겨운 레이스를 펼쳤다. 한라산 백록담 남쪽 분화구를 마주했을 때 짙은 회색빛 웅장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서귀포의 시가지와 섬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둘째 날 해안코스는 바다 풍광의 진수를 보여줬다. 태풍의 북상으로 한층 높아진 파도가 덮칠 듯 으르렁거렸고, 강풍은 몸을 움직이기 힘들게 만들었다. 마지막 날은 해발 400m 안팎의 오름을 8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난코스였다. 은빛으로 물든 억새의 향연을 즐기느라 레이스를 잠시 멈추는 이들이 많았다.

100km 레이스에 매년 참가하는 ‘골수 팬’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일본인 이시다 다카히로(石田高廣·37) 씨는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코스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여러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다. 해마다 오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