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라거나 진화하거나 성숙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것을 버리고 떠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가장 먼저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것은 어머니의 배이다.―‘제3인류’(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2014년) 》
얼마 전 회사 팀장이 늦둥이를 낳았다. 꼬물꼬물 귀여운 남매 쌍둥이였다. 헌데 이미 초등학생 아들을 둔 팀장도 쌍둥이 육아는 버거운 모양이었다. 아이를 낳고 몇 달간 눈은 퀭하니 들어갔고 콧잔등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밤마다 아이들이 번갈아 깨서 우는 통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한창 브라질 월드컵을 하던 때라 팀장은 우는 아이들을 달래가며 축구 경기를 시청해야 했다.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따르면 인생은 ‘이별과 포기의 연속’이다. 어머니의 배 속을 떠나 혹독한 세상에 나온 아이는 첫 번째 이별의 아픔에 그토록 서럽게 우는가 보다. 밤마다 쌍둥이를 어르고 달래던 팀장에게도 ‘100일의 기적’이 찾아왔다. 팀장은 부쩍 사람다워진 얼굴을 하고는 “역시 100일이 지나니까 아이가 밤에 잠을 좀 잔다”며 흡족해했다.
아이처럼 버리고 떠나는 아픔을 겪으면서 성숙해진다고 하지만 요즘은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 많다. 철없던 어린시절의 꿈과 작별한 지 오래다. 불과 몇 년 전 회사에 입사했을 때 다짐했던 분홍빛 신념도 푸르게 바래졌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 슬프다. 서른 즈음의 요즘 어쩌면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