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배구단을 포기한다. 선수들은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014-2015시즌을 맞는다. 스포츠동아DB
4. 선수들의 투지로 무장한 우리카드
전용 훈련장이 없는 우리카드는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을 사용한다. 출입구에는 아직도 루니의 얼굴이 붙어 있다. 이런저런 사연이 많은 팀을 인수했지만 한때 포기하려고 했다. 뒤늦게 번복하고 시즌준비를 했던 여파는 컸다. 경기 사흘 전에야 팀 유니폼 최종시안이 확정될 정도였다. 당초 준비했던 러시아 선수는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했다. 대타로 급히 준비했던 선수가 숀 루니였다. 한창 때를 지난 루니는 좋은 선수였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해결사로서의 역량은 떨어졌다. 지난 시즌 팀 공격점유율에서 20%를 차지했다. 최홍석이 25%, 김정환이 20%였다. 다른 팀의 외국인선수와는 차이가 컸다. 이번 시즌에도 우리카드에게 필요한 것은 대포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우리카드는 배구단을 포기한다. 심정적으론 이미 이별이다. 선수들 지원은 약속대로 하고 있지만 열의는 떨어진다. 다음 시즌 어디로 가야할지,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선수들은 미래를 걱정한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해주지 못한다. 강만수 감독이 아버지의 마음으로 선수들의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있지만 감독도 이런 저런 고민과 스트레스로 위장병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토종들의 컵대회 준우승 저력
새 용병 까메호 영입…‘대포’ 역할 기대
불확실한 팀 미래·신영석-안준찬 입대
장기전 체력 부담·낮은 높이 극복 관건
● 개막 한 달 앞두고 외국인선수 급구…쿠바 국가대표 출신 까메호 영입
1일 마침내 새 외국인선수가 한국을 찾았다. 그동안 외국인선수 선발을 놓고 여러 차례 건의도 하고 보고서도 냈지만 구단은 묵묵부답이었다. 원했던 선수, 가능성이 있던 선수 모두 계약시기를 놓쳤다. 9월 중순이 지나서야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센터출신으로 라이트도 가능하다는 정보가 고작이었다. 우리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지 일주일 남짓. 까메호와 함께 연습경기를 딱 2번 한 뒤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세터 김광국과 호흡을 맞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고난의 시기를 어떻게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가 이번 시즌 운명을 결정한다. “남들처럼 강타를 펑펑 때리는 대포를 데리고 경기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강 감독은 누구보다 인천아시안게임 때 대표선수들을 응원했다. 대표팀에는 신영석과 박상하가 있기에 금메달을 딸 경우 2명의 국가대표 센터가 복귀해 시즌을 잘 꾸려갈 수 있었다. 한국의 동메달로 강 감독의 희망은 사라졌다. 7월 KOVO컵에서 신영석 안준찬 없이도 남은 선수끼리 똘똘 뭉쳐 누구도 예상 못한 준우승까지 일궈낸 선수들의 투지와 헝그리 정신만을 믿고 있다.
● 대포가 없어 장기전서 고전…훈련장도 맘대로 못써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2라운드까지 선전했다. 확실한 3강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속절없이 추락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많은 선수들이 여기저기 아팠다. “비시즌 때 체력훈련이 부족한 결과” “평소 많은 훈련을 시키지 않아서”라고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말했다. 우리카드로서는 억울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국인선수였다.
다른 팀보다 토종선수들의 공격점유율이 많아서 체력부담이 컸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어느 팀에게나 고비가 온다. 그럴 때 외국인선수가 이끌어줘야 하지만 아쉽게도 루니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우리카드에게는 기관총만 있었지 대포가 없었다. 전투에서 대포가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났다. 단기전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전에서는 대포의 부재가 뼈아팠다. 손재민 전력분석관은 “지난 4시즌 동안 4명의 외국인선수를 봤는데 처음 두 명은 우리 선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졌고 루니와 다미는 우리 선수들과 비슷했다”고 기억했다. 신영석은 공격파워가 약한 루니를 위해 상대의 블로킹을 분산시키는 역할까지 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부담이 쌓여 3라운드 이후 다른 팀보다 쉽게 지쳤다. 훈련도 다른 팀보다 적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산 시민들도 함께 사용하는 이순신체육관을 독점으로 사용할 형편이 아니었다. 숙소도 훈련장에서 떨어져 있다. 새벽, 야간 훈련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간혹 경기장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사정해서 특별히 야간훈련을 할 수는 있지만 눈치를 봐야 했다. 편안하게 내 집에서 사는 것과 전셋집에서 눈치 보며 사는 차이는 크다.
● 남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9월 태백산에 갔다. 지난해와 같이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산악훈련을 하며 체력을 강화했다. 훈련강도를 더 높였다. 이후 해외전지훈련을 통해 실전감각을 높이려고 했는데 무산됐다. 다른 팀보다 출발이 늦었던 이유다. 해외에서 팀을 부를 수도 없어 연습경기 일정 잡기도 어렵다. 개막 직전까지 4번의 연습경기를 하고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강 감독은 조용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다독여가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난 시즌 박상하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신영석 안준찬이 없다. 대학최고의 선수를 모아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했던 예전의 그 팀이 아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센터라인이다. 박진우 김시훈이 버텨줘야 한다. 김광국의 뒤를 이을 세터가 필요했지만 팀 형편상 신인 드래프트 때 먼저 센터를 선택했다. 구도현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김시훈의 허리상태가 완전하지 못해 걱정이다. 공격은 최홍석 김정환 신으뜸이 전담한다. KOVO컵에서 토종 선수들의 의지와 역량은 확인했다. 상대 팀보다 낮은 오른쪽 블로킹 높이의 약점은 이번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삼성화재에 유난히 약했던 이유였다. 국가대표로 큰 경기경험을 많이 쌓고 온 리베로 정민수가 한층 성숙된 기량을 보여주고 세터 김광국의 토스기술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팀의 높이가 낮아 까메호가 얼마나 능력을 발휘해줄지가 중요하다. 강 감독이 키 플레이어로 꼽은 이유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높이는 좋지만 공격파워와 테크닉은 부족하다. 우리 세터들 토스의 높이와 스피드를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보여서 좋다”고 강 감독은 평가했다. 한국에서 성공을 해야 하는 까메호도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훈련 때 공격에서 실수가 나오면 다시 공을 올려달라며 계속 사인을 보낸다.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훈련 내내 까메호를 격려하며 힘을 주던 김정환은 “이것저것 다 잘 먹는다. 그런 부분이 맘이 든다”고 말했다.
아산|김종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