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 규제개혁 실적에만 급급”

입력 | 2014-10-14 03:00:00

국감서 ‘산얼병원 부실검증’ 질타… 文복지 “유감이지만 정책 사과는 못해”




8월 30일자 1면 보도.

13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외국계 영리병원 1호’ 후보로 거론되다 자격 미달로 탈락한 중국계 산얼병원과 이를 부실 검증한 복지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줄을 이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산얼병원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보를 뒤늦게 파악한 점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의원들은 산얼병원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않은 채 청와대 회의에 산얼병원의 승인과 관련된 보고를 하게 된 경위와 그 책임 소재를 두고 문 장관을 질타했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 회의 전 이미 (응급의료 체계와 관련해) 제주도 내 병원과 산얼병원의 양해각서(MOU)가 파기된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회의 때 보고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문 장관은 “승인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모기업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돈다는 것을 알았다면 회의에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며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산얼병원에서 40분이나 걸리는 중앙의료재단과 응급의료 체계를 맺은 것을 알고도 투자진흥회의에 이것을 (승인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고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제2의 산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 병원을 유치할 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외국계 영리병원을 도입할 때 병원의 경영 능력, 재무 상태, 평판 등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이를 논의 초반에 점검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문 장관이 “누구의 책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서 유감스럽지만 정책 방향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실랑이가 이어졌다. 또 문 장관은 “복지부는 의료적 안전성을 평가해 승인하는 것이고 재무적 타당성은 지자체에서 평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9월 중 산얼병원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후 본보는 9월 초 단독보도를 통해 투자 의지를 상실했다는 점과 정부가 이런 사실도 모르고 투자진흥회의에 산얼 사안을 올린 점을 지적했다. 결국 복지부는 △투자자 부적격 △응급의료 체계 미흡 △줄기세포 불법 시술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세종=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