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리스타트-새 희망의 일터로]<4>정년 없애고 시간선택제 도입 日 오가키정공
일본 초정밀 부품 생산기업인 오가키정공의 다나카 게이이치 씨가 연마기로 철의 표면을 갈고있다. 정년을 없애 숙련 노동자의기술을 흡수하고 있는 이 회사는 고령자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시간선택제 근무를 도입했다. 오가키=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연마기가 철에 닿자 굉음을 냈다. 그제야 다나카 씨는 안경을 벗고 모니터를 봤다. 이어 핸들 2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연마기 방향을 조절했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대화가 힘들 정도로 소음이 컸지만 다나카 씨는 개의치 않았다.
프레스사업부의 기사(技師)장인 그는 7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신입사원과 똑같이 일했다.
오가키정공은 초정밀 금형 제품을 생산하는 전체 직원 220명의 중소기업이다. 그중 65세를 넘긴 사원은 8명. 현재 이 회사 노동자는 정년이 따로 없다.
우에다 가쓰히로(上田勝弘) 사장은 “기술은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정년이 지났다고 내보내는 것은 큰 손실”이라며 “다만 고령자들은 전일 근무를 하기가 어려워 시간선택제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나카 씨도 70세가 넘으면서 점차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재 하루 8시간 정규직 전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조만간 시간선택제 근무로 전환할 생각을 갖고 있다.
우에다 사장은 “개인 체력, 육아, 병간호 등 다양한 이유로 단축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의 편의를 봐주며 가족처럼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시간선택제 근무가 어렵지 않게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에다 사장은 “제조업에선 항상 예기치 못한 문제가 일어난다. 정년이 넘도록 일한 숙련공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하다. 임금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회사에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다나카 씨는 그런 회사가 고맙다. 부인과 딸 등 가족이 3명뿐이지만 연금으로만 살기에는 아무래도 쪼들릴 수밖에 없다. 다나카 씨는 “후배들이 꺼리는 일을 앞장서서 내가 처리하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내 기술도 후배들에게 다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근무가 더욱 확산되면 후배들도 자신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길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점차 확산되는 시간선택제 근무
후생노동성은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회사’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차원에서 기업에 단시간 근로 제도 도입을 권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육아나 자기계발, 병간호, 자원봉사 등에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업도 단시간 근로제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후지제록스는 단시간 정사원 제도를 1992년에 도입했다. 현재 그 수는 200명 내외로 2006년 130여 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육아를 위해 단시간 근무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1980년대 말부터 사원의 능력을 높이고 개인 생활도 보장하기 위해 근무 환경 정비를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단시간 정사원 제도를 시도했다. 현재는 단시간 근로자를 위한 임금 및 평가 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한 상태다.
파나소닉전공의 경우 단시간 정규직이 400명을 넘는다. 하루 7시간 근무, 하루 6시간 근무 등 다양한 단시간 근로의 기준 모델이 있다. 이를 통해 ‘대기업에 일하면서도 육아와 병간호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덕분에 우수한 인재의 이직이 줄고 있다.
리소나은행은 본인의 희망과 직장 상황에 기초해 근무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급여는 근무시간에 비례해 지급한다. 상여금은 풀타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평가에 기초해 결정하고 있어 실적만 좋다면 두둑한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 “시간선택제, 고령자 일자리에도 적합” ▼
아이치현 경영자協 시바야마 전무
“청년고용 감소? 큰 문제 없을 것… 정부 법개정 ‘제3의 사원’ 지원을”
아이치(愛知) 현 경영자협회 시바야마 다다노리(柴山忠範·58·사진) 전무는 7일 나고야(名古屋) 시 상공회의소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간선택제가 무한정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약’은 아니며 구직자들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특히 고령자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선호할 것 같은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육체적으로 풀타임 근무가 힘든 고령자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기업은 고령자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라도 시간선택제를 해볼 만하다.”
―고령자의 시간선택제 근무가 늘어나면 청년 고용이 줄어들 우려는 없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청년들의 취업문은 넓어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또 일본 기업은 인재 확보와 육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 고령자와 청년층 고용을 모두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시간선택제 정사원을 뽑으면 기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많이 늘어나나.
“비용증가 요인은 크지 않다. 하지만 노무관리, 인재육성 등의 측면에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무 분담의 애매함, 사원들 사이의 감정 대립 등으로 근로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업은 우려하는 것 같다.”
―시간선택제 고용이 단순 아르바이트생을 양산한다는 우려도 있는데….
“화이트칼라와 현장 노동자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화이트칼라의 경우 전문 지식이 있기 때문에 시간선택제 정사원으로 재고용되기 쉽다. 그 경우 일의 가치 평가, 거기에 맞는 보상 등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현장 노동자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선택제 정사원으로 고용되길 바라면 안 된다. 아르바이트생이 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는 게 필수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일본 근로자는 지금까지 ‘정사원’과 ‘정사원이 아닌 사원’으로 이등분됐다. ‘시간선택제 정사원’은 양 계층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사원이다. 임금, 인사, 일 배분 등 지금까지의 제도를 전면적으로 고쳐야 한다. 일본은 임금 제도를 고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임금 등 노무제도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팀장 문권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팀원 박창규 권기범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유성열(정책사회부) 장선희(사회부) 송충현 기자(경제부)박형준 도쿄특파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