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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대 교직원 月22만원씩 ‘묻지마 수당’

입력 | 2014-10-14 03:00:00

법인화 이후 방만경영 도마에
초과근무 안해도 시간외수당 ‘기본’, 2년간 70억 지출… 계약직은 안줘
지원비 충당 기성회비 없어지자… 수업료서 대신 지급 편법 논란도




“한 달 내내 야근 한 번 안 한 직원은 시간외 수당을 받아내고. 일주일에 사흘 야근하는 저는 한 푼도 못 받아요. 이게 과연 정상일까요?”(서울대 계약직 직원 A 씨)

서울대 법인 소속 직원들이 2011년 말 법인화 이후 실제 근무 없이도 매달 ‘15시간 치’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타 내고 이미 폐지된 ‘기성회비’ 명목의 금액도 그대로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법인직원(정규직)과 자체직원(계약직)으로 분류되는 이 학교 직원 중에 유독 법인직원들에게만 이런 특혜가 돌아가면서 형평성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13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서울대 본부와 대학노조 서울대지부(대학노조)를 통해 취재한 결과 법인화 이후 서울대 법인직원들에게는 시간외 수당으로만 월평균 28만 원씩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수당 안에 법인직원 1인당 ‘기본’ 시간외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월 15시간 치 평균 13만4000원의 수당이 일괄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해서 법인직원에게는 목적이 불분명한 ‘초과근무보전금’이라는 수당 9만 원까지 함께 포함돼 지급된다. 즉, 서울대 법인직원 신분이라면 한 달 내내 야근 또는 휴일근무를 전혀 하지 않고도 초과수당 22만 원 정도는 거저 챙길 수 있다는 소리다.

서울대 본부 측은 “시간외 수당 문제는 전적으로 본부와 법인직원 간의 노사 합의를 통해 마련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 인사교육과 관계자는 “법인화 이후 직원 임금 규정이 여전히 미비해 기본 시간외 수당으로 ‘10시간 치’를 보장하는 일반 공무원 규정을 그대로 준용한다”면서 “하지만 법인화 직후 법인직원들이 ‘사립학교보다 봉급이 적다’고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바람에 시간외 수당으로 5시간 치를 추가하고 9만 원(초과근무보전금)도 더 주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인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실제 일한 만큼의 초과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함께 제기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한 기관의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B 씨는 “사실 올 초 계약직들만 초과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걸 부당히 여긴 행정실장의 건의로 두 달 치를 연달아 받은 적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상부에서) ‘자체 직원에겐 원래 시간외 수당을 안 준다’는 지침이 떨어진 후에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노조 관계자 김모 씨는 “애초에 시간외 수당을 일괄적으로 연봉에 포함시켜 한꺼번에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실제 일한 것보다 수당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대 법인직원들은 법인화 직후 폐지된 기성회비로 충당되던 ‘교육지원비’(월평균 74만 원)도 그대로 받고 있다. 서울대 본부 측은 “예전 기성회비로 받던 돈을 그대로 수업료로 징수해 직원수당을 마련하다 보니 ‘편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는 것도 사실이다”며 “원래 주던 월급을 줄일 수도 없고 학생들에게도 죄송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노조 측은 “방만한 법인직원 수당 운영으로 서울대가 지난 2년간(2012∼2013년) 지출한 시간외 근무 수당만 약 70억 원, 교육지원비는 무려 18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학교의 재정부담과 더불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제 몫을 못 받는 계약직원들에게도 큰 위화감을 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한 해만 217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천효정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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