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경찰이 의도적으로 묵인” 경찰도 새벽 기습철거 나서… 시위대, 대나무 엮어 다시 설치
홍콩 도심 점거 시위가 13일로 16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반(反)시위대가 중장비를 동원해 바리케이드 철거를 시도하는 등 ‘민(民)-민(民)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새벽 기습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등 해산을 거부하는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기중기가 실린 트럭을 몰고 온 사람들이 금융회사 밀집지역인 홍콩 섬 퀸즈웨이에 나타나 시위대가 쳐놓은 바리케이드와 텐트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경찰이 트럭 진입을 의도적으로 묵인했다며 분개했다. 리킹 씨는 “정부가 정부임을 포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후 1시 20분경에는 정부청사 앞 시민광장에 마스크를 쓴 500여 명의 반시위대가 몰려와 시위대와 충돌했다. 택시도 10대가 함께 동원돼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를 위협했다. 이들은 “길이 막혀 택시 운전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시위대에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이 차단벽을 만들어 양측의 충돌을 막아 큰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반시위대가 정부와 연관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반시위대 3명을 연행했다. 중고교생 조직인 학민사조(學民思潮)는 학생들에게 도심으로 다시 모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14명의 택시 운전사와 트럭, 승합차 운전자는 시위 주동자 7명을 상대로 법원으로부터 도로점거 금지명령을 받기로 했다.
이날 충돌은 당국의 바리케이드 철거 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콩 경찰은 오전 5시 30분부터 도심 교통난 해소를 명분으로 정부청사가 있는 홍콩 섬 애드머럴티(金鐘)와 주룽(九龍) 반도 몽콕(旺角)의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섰다.
바리케이드 철거로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센트럴(中環)의 퀸즈웨이 등 일부 도로는 길이 뚫렸다. 하지만 시위대가 건설현장에서 가져온 대나무로 다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점거 지역 주변을 차단하고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시위대와 홍콩 정부는 10일 공식 대화를 하기로 했지만 의제 등에서 이견을 보여 무산됐다. 시위대는 12일 정부청사 앞 시민광장을 시위대에 개방하면 도로 봉쇄를 풀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13일 이를 거부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