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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메트로 이슈]“청계산 가리는 15m 방음벽이 웬말”

입력 | 2014-10-14 03:00:00

경부고속도 판교∼양재 방음벽 논란
7.5km 양방향 1차로 확장공사… 기존 4m보다 3∼4배 높은벽 설치
주민들 “마을 갈라지고 조망권 침해”, 도로公“법 따른것… 해결방안 모색”




경부고속도로변에 새로 설치하고 있는 최고 높이 15m의 방음벽과 4m 높이의 기존 방음벽. 신설 방음벽에 막혀 청계산이 보이지 않는다(위 사진). 주민들이 신설 방음벽 공사를 중단하라며 내건 플래카드.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주말인 1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청계산 입구 옛골마을 곳곳에는 경부고속도로변 방음벽 설치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주민들이 원치 않는 방음벽 설치공사 중단하라’ ‘방음벽 설치할 거면 조망권에 지장이 없게 높이를 낮추라’는 내용들이다. 일부 설치공사가 진행된 곳은 얼핏 봐도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당한 높이였다.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앞쪽에서 바라보니 청계산이 방음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은 “기존 방음벽으로도 충분한데 한국도로공사가 그 막대한 예산을 들여 누구를 위해 방음벽을 설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찾는 청계산 일대 경부고속도로변에 10∼15m 높이의 방음벽이 설치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산객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기존 방음벽은 높이가 4m였다. 상적동 주민들은 새로 설치되는 방음벽으로 인해 마을이 둘로 갈라지고 청계산 조망권도 사라지게 됐다며 방음벽 설치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창규 상적동 3통장은 “도로공사 측에 방음벽 높이를 낮추거나 투명 방음벽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설계대로 공사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350여 가구 주민들이 공사 반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낮은 방음벽은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량에서 청계산이나 음식점 상가 등이 잘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주민들의 불만 중 하나다.

옛골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입구 원터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방음벽을 경계로 마을이 나뉘어 있고 아래쪽에서는 역시 청계산이 보이지 않았다. 주민 150여 명은 방음벽 설치 반대 서명을 받아 도로공사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도 높은 방음벽이 청계산의 미관을 해친다며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 등산객 최정혁 씨(63)는 “방음벽이라기보다는 흉물에 가까워 보인다. 적당한 높이로 설치하거나 투명 방음벽을 설치했으면 나았을 뻔했다”고 아쉬워했다.

방음벽 공사는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에서 양재 나들목까지 7.5km 구간에서 상하행 각 1차로씩 확장공사를 하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상하행 양쪽에 내년 말까지 설치하는 방음벽은 전체 길이가 7.3km로 60%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200억 원이 투입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환경정책기본법에 규정한 소음환경기준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차량 통행량과 소음 등을 고려해 방음벽 높이가 결정됐다”며 “주민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어쩔 수가 없고 국민권익위원회 현장검증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