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 ‘GENESIS’전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지구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생명체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준 ‘창세기’전이 16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와우라족의 모습은 브라질에서 촬영했다. ⓒphoto by Sebastiao Salgado/Amazonas images
이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브라질 태생 세바스치앙 살가두(70)의 대표작들이 한국에 온다.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리는 ‘제네시스(GENESIS·창세기)’전. 2010년 경기 아람미술관에서 열린 살가두의 ‘아프리카’전 이후 4년 만의 재회다. 그가 2004년부터 8년 동안 우리가 몸담은 행성을 샅샅이 뒤져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기록한 흑백사진들이 5개 섹션 245점으로 선보인다. 사진애호가들에겐 다큐멘터리 사진 미학의 절정을, 일반 관객들에겐 태고의 세상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즐거움을 준다. 지난해 런던에서 출발한 세계 순회전이다. 8000∼1만5000원. www.genesisinkorea.com(개막 후 문의 02-722-2267)
○ 지구에 보내는 러브레터
북극에서 남극까지 샅샅이 훑어 내린 32차례 여행에서 길어 올린 ‘제네시스’ 연작은 파괴의 속도를 멈추라는 지구의 경고 메시지를 대신 들려준다. 작가는 “이 행성의 46% 정도는 아직도 창세기 시간 속에 있는 듯하다”고 강조한다. 기나긴 고난의 여정에서 자신이 누렸던 “끝없이 순환하는 삶을 감상하는 특권”을 세상 속으로 내보내며 살가두는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오래된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자고 외친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멘타나이 부족.
인류의 역사는 곧 공동체의 역사인데 현대인들이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살가두의 고민이다. “우리는 자연과 타자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공동체에서 단절되어 있다. 나는 심히 걱정된다. 기술이란 기술은 대개 다 우리를 소외시키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원시부족으로 남아 있든 오지에 살든 존엄성을 잃지 않고 공동체를 지키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향해 이미지의 헌사를 바친다. 사랑과 행복 등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는 마음은 문명과 격리된 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묵직한 메시지와 더불어 거장의 사진이 뿜어내는 미학적 감동 역시 만만치 않다.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의 스펙트럼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빈곤 폭력 생태 등 무엇을 찍든 살가두 작품에선 영적 울림이 느껴진다. 바로 작가의 진정성이 만들어낸 공감이다.
::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