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황금연못’
황금연못에서 노니는 물오리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노만과 에셀. 수현재컴퍼니 제공
이곳은 다정한 노부부 노만(이순재 신구)과 에셀(나문희 성병숙)이 여름을 지내는 공간이다. 에셀이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을 비롯해 평생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별장이다.
캐서린 햅번과 헨리 폰다, 제인 폰다가 출연한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황금연못’은 황금연못 옆 산장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따뜻하게 그렸다. 은퇴한 대학교수 노만은 딸 첼시와 냉랭한 관계다. 첼시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 받았던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완고한 성격의 노만이 첼시가 데려온 남자친구 빌과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면서 부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스르르 녹아내린다.
노만에게 황금연못은 삶의 또 다른 이름이다. 딸기를 따러 나갔다 수없이 지나 다녔던 옛길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자 노만은 황금연못을 다시 못 볼 것 같아 두려움에 휩싸인다. 황금연못을 또 본다는 것은 생이 이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름이 끝나고 노만과 에셀은 내년에도 황금연못을 볼 수 있길 고대한다.
“당신이랑 낚시질도 하고, 난 또 쿠키도 만들고…. 인생은 그렇게 계속될 거예요, 그렇죠?”(에셀) “그러면 좋지만 죽고 사는 건 아무도 몰라.”(노만) “그래요, 하느님밖에는.”(에셀)
마지막 장면에서 황금연못을 향해 “안녕”이라고 거듭 외치며 산장을 떠나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생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짙은 여운을 남긴다.
11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 4만∼6만5000원,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