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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배우, 무대]가로 10m 세로 8m 대형사진으로 연못 연출

입력 | 2014-10-14 03:00:00

연극 ‘황금연못’




황금연못에서 노니는 물오리를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노만과 에셀. 수현재컴퍼니 제공

산장 창문 너머로 잔잔한 물결이 이는 황금연못이 보인다.

이곳은 다정한 노부부 노만(이순재 신구)과 에셀(나문희 성병숙)이 여름을 지내는 공간이다. 에셀이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을 비롯해 평생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별장이다.

캐서린 햅번과 헨리 폰다, 제인 폰다가 출연한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황금연못’은 황금연못 옆 산장에서 벌어지는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따뜻하게 그렸다. 은퇴한 대학교수 노만은 딸 첼시와 냉랭한 관계다. 첼시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 받았던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완고한 성격의 노만이 첼시가 데려온 남자친구 빌과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면서 부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스르르 녹아내린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노만 가족의 일상을 지켜보는 황금연못이다. 연극에서는 연못 이미지를 가로 10m, 세로 8m 크기의 대형 천에 출력해 설치했다. 무대 양쪽에 6m 높이로 제작된 느티나무는 실제 가지에 모형 잎을 달아 숲이 주는 풍성함을 살렸다. 김혜지 무대디자이너는 “관객이 황금연못의 느낌을 공유하는 게 필요해 창 뒤로 연못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영화에서 본 황금연못과 비슷하다”고 반겼다.

노만에게 황금연못은 삶의 또 다른 이름이다. 딸기를 따러 나갔다 수없이 지나 다녔던 옛길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자 노만은 황금연못을 다시 못 볼 것 같아 두려움에 휩싸인다. 황금연못을 또 본다는 것은 생이 이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름이 끝나고 노만과 에셀은 내년에도 황금연못을 볼 수 있길 고대한다.

“당신이랑 낚시질도 하고, 난 또 쿠키도 만들고…. 인생은 그렇게 계속될 거예요, 그렇죠?”(에셀) “그러면 좋지만 죽고 사는 건 아무도 몰라.”(노만) “그래요, 하느님밖에는.”(에셀)

마지막 장면에서 황금연못을 향해 “안녕”이라고 거듭 외치며 산장을 떠나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생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짙은 여운을 남긴다.

11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 4만∼6만5000원, 02-766-6506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