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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손숙미]우유 마시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입력 | 2014-10-14 03:00:00


손숙미 가톨릭대 교수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우유를 볼 때마다 젖소에게서 나왔지만 참 오묘한 식품이란 생각이 든다. 뽀얗게 보이는 액체에 단백질과 지방이 작은 알갱이로 떠 있고, 칼슘이나 칼륨 등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녹아 있다. 우유의 단백질은 아미노산 구성이 매우 우수하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생물가가 높아 거의 완전식품에 가깝다.

우유는 자극이 거의 없고 산을 중화시키는 성질이 있어 위궤양 환자가 마시면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킨다. 16년 전 친정아버지께서 폐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 때문에 식도가 헐어서 조금만 자극이 있어도 음식을 드시지 못하였다. 그 시절에는 상업용 시판 유동식이 없어 그저 우유로만 연명하시면서 그 시기를 견뎌 회복이 되셨다. 아버지께서는 그 후 우유가 자신을 살렸다는 믿음 때문인지 식욕이 없을 때는 우유에 밥을 말아 드셨다.

이렇듯 좋은 우유에도 약점이 하나 있다. 지방 함량이 상당히 높고 지방에서 오는 칼로리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일반 우유는 지방이 4%다. 우유 한 잔을 마시면 약 8g의 지방을 섭취하게 된다. 지방 중에서도 혈액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포화지방이 60∼70%로 상당히 높다. 그래서 우유 소비량이 우리의 3배인 서구에서는 신경조직이 거의 완성되는 만 2세 이후에는 저지방 우유를 마시도록 권장한다. 매일 우유 한 잔을 마시는 사람이 저지방 우유로 바꾸면 1년에 2kg 정도 체중 감량도 되면서 덤으로 고지혈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에는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부족하여 유당 불내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유를 데워 마시거나, 입안에 머금어서 충분히 체온으로 데워 씹는 듯이 천천히 먹거나, 혹은 크래커나 다른 식품과 같이 먹으면 괜찮은 경우가 많다. 옛날에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우유를 공급하여 골밀도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는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약 200명의 노인에게 우유 마시는 요령을 가르쳐 드렸더니 속이 안 좋아 우유를 못 마시겠다는 사람이 한 분도 없었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은 흡수율이 높고 유당이 또한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므로 한참 성장기에 우유를 많이 마셔(성장기에는 하루 두 잔) 뼈에 칼슘을 많이 축적해 놓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뼈에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므로 성인과 노인들도 하루에 한 잔씩 저지방 우유를 마셔야 한다. 우유에는 칼슘뿐 아니라 칼륨도 풍부하여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금 배설을 위해서도 매일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손숙미 가톨릭대 교수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