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헬스케어’ 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미국은 그렇게 많은 재원을 쓰면서도 우리 건강보험과 비교해 볼 때 다소 방만하고 미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도 많았다. 무엇보다 ‘오바마 헬스케어’ 법령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떤 건강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미국의 총 국민 의료비 재원은 ‘풍요’ 그 자체이다. 2011년도를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7%를 썼다. 수치로 보면 2640조 원(2조6400억 달러)으로 우리(91조 원)의 29배였다. 그중 공공부문 재원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3%에 달한다. 그렇게 큰 규모인데도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없었다. 또 그 정도 재원이라면 환자본인부담 제로에 도전해 볼 만도 한데 아직도 의료비의 12%가 환자 주머니에서 추가로 나오고 있었다.
보험회사들은 메디케어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메디갭(Medigap)’이라는 명칭으로 추가 가입을 허용했다. 일부 장애인이나 신장이식 환자 등이 대상에 추가되어 있었다. 이에 비해 메디케이드(www.medicaid.gov)는 65세 이하 저소득층과 일부 질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기 위한 제도이다. 건강 관련 재정으로 규모가 가장 크며 재원 조달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나눠 하고 있었다.
2012년 통계를 보면 미 국민 5명 중 한 명(6000만 명)이 메디케이드에 등록되어 있고 재정 규모는 440조 원(4400억 달러)에 달하며 그중 56.7%를 연방정부가 마련했다. 1인당 지출은 연 800만 원인데 오바마 헬스케어 법령으로 대상도 증가하고 혜택도 늘어나 2014년에는 90조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공공부조 형태의 건강보험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국민 중 어떤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가입을 거부당한 국민이 여전히 480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오바마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전 국민 보험 가입을 목표로 하는 오바마 헬스케어를 어렵게 국회에 상정해(2010년 3월 23일), 대법원 명령으로 공표(2012년 6월 28일)한 데에는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법의 제정 취지는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건강보험 가입에서 소외되어 있는 국민까지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헬스케어가 새로 정한 보장 범위들은 우리 건강보험제도에서는 이미 보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번에 미국 건강보험의 고민과 대안이 기본적으로 국가 주도의 관리 비중을 키워 나가려는 것임을 새삼 확인하면서 미국 사람들이 혹시 우리 제도를 배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제도가 미국과 비교해 좋다고 할지라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는 여전히 의료비 폭탄이 걱정이고 병원은 경영이 걱정이며 정부는 재정이 걱정이다.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글로벌 선도형 제도’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이정렬 서울대병원 흉부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