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아이템. 네가 내 밥벌이다."
2012년 10월 전역한 임모 씨(24)는 직장을 잡지 못했다. 평소 온라인 게임을 즐겨하던 임 씨는 게임 아이템 거래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희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겠다고 속이고 아이템만 챙겨 이를 되팔기로 결심했다.
허위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거래 내역서가 필요했다. 임 씨는 실제로 돈을 입금한 것처럼 인터넷뱅킹 화면에서 캡처한 은행거래 내역서를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위조한 사진을 피해자들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아이템을 건네기 전 직접 통장을 확인한 일부 피해자가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항의하면 임 씨는 "자동이체(CMS) 계좌로 입금했다.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계좌를 바로 확인하지 못하도록 주로 은행이 영업하지 않는 시간을 노려 거래했다.
피해자들 중 절반은 군 입대를 앞두거나 막 전역한 사람들이었다. 신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임 씨와 거래를 해 사기를 당했다. 이들은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에 거래되는 아이템을 빼앗겼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29명에게서 갈취한 아이템을 되팔아 2200여만 원을 챙겼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14일 사기 등 전과 3범인 임 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