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전북 고창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고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거쳐 프랑스 프로방스대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와 이화여대에서 후학을 지도했고,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과 세계기호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4·19세대인 고인은 대학 시절인 1963년 시인 최하림, 평론가 김현, 소설가 김승옥과 함께 한국 문단 최초로 한글세대의 등장을 알린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했다. 하숙집에서 합숙하며 산문시대를 만든 ‘문우(文友)’들은 훗날 한국 문단의 거목이 됐다.
고인은 2006년 이화여대 정년퇴임을 계기로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영토가 좁아질 수는 있겠지만 문학은 죽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문학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토로했다.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2006년)과 올해의 예술상(2006년), 프랑스 정부 문화훈장(1995년)을 받았다.
유족으로 용대(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용욱 씨(미국 뉴욕 맨해튼칼리지 토목공학과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7일 오전 8시. 02-2072-2091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