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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EU 예산의 40%가 ‘농업 장려금’… 왜?

입력 | 2014-10-16 03:00:00


영국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식 시장인 버러마켓에서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 고기, 해산물 등을 가지고 나와 판매한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심은 만큼 거두는 게 땅이라고 한다. 농작할 수 있는 땅의 크기는 한정돼 있지만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농업은 공산품과 달리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돼 생산이 급격히 늘 수 있는 산업도 아니다. 전 국토의 70%를 농작지로 사용하고 있는 영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은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종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 농민조합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쩌면 오늘이 수입 농산물 없이 우리가 올해 생산한 농산물로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적극적인 농업 장려 정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30년간 농산물 자급자족도가 80%에서 60%로 떨어진 것에 대한 강한 우려의 표시였다.

최요순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

유럽연합(EU) 역시 범유럽 차원의 농업 정책을 펴고 있다. EU 예산의 40%를 농업 장려금으로 책정해 각 회원 국가들에 분배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국 간의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집행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천문학적인 규모다.

영국은 EU의 농업 장려금 가운데 7%를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여기에 자체 보조금을 더해 농민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전달하거나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활용하는 등 2010년 기준 약 5조5000억 원을 농업 정책에 사용했다. 이는 농업이 한 나라의 기반이자 국가 안정을 위한 필수 산업이라는 정책 입안자들의 신념이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농업의 ‘자급자족도’ 향상뿐만 아니라 ‘지속 안정성’까지 고려한 것이다.

개인들도 자국 농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주로 일요일에 서는 농민 시장에서는 지역 농부들이 재배한 채소, 과일, 꽃, 육류 등이 직거래된다. 일요일이면 마을 중심지의 상점들은 정부 규제로 일제히 문을 닫는다. 평소 같으면 붐볐을 거리가 지방 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장터가 된다. 외국산은 절대로 이 장터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가격이 특별히 싸거나 포장이 잘되어 있지도 않지만 영국인들은 농민 시장을 즐겨 찾는다. 옆집에 사는 영국 노부부는 매주 일요일에 운동 삼아 걸어가서 싱싱한 농축산물을 사오곤 한다.

기계화를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럽에서도 농민들의 수입이 풍족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 비로소 지구촌 농민들이 추석날에 장구 치고 북 칠 수 있을 것이다.

최요순
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