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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마법의 주문 “쇼퍼테인먼트”에 中대륙 열광

입력 | 2014-10-16 03:00:00

[케이스 스터디]세계 홈쇼핑 2위 CJ오쇼핑의 글로벌사업 성공 비결




1995년 TV홈쇼핑 방송이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믿을 수 없는 방송’ ‘이해할 수 없는 방송’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TV홈쇼핑의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9조 원으로 커졌다. 10분에 한 번꼴로 울리던 주문전화는 이제 ‘1분에 1000콜’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홈쇼핑 업계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면서 업체 수도 꾸준히 늘어 현재 6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이 중 CJ오쇼핑은 국내 1위(매출액 기준)를 넘어, 미국 QVC에 이어 세계 홈쇼핑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서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4년 국내 홈쇼핑 기업 가운데 최초로 해외에 진출했으며 현재 7개 국가, 9개 법인에서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CJ오쇼핑의 글로벌 전략을 DBR가 집중 분석했다.

CJ오쇼핑의 글로벌 진출은 그룹의 전략적 판단에서 이뤄졌다. CJ그룹은 ‘살길은 세계화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0년대 초반부터 강하게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이재현 CJ 회장은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 계열사에 글로벌 진출을 지시했다.

베트남 SCJ전용 스튜디오 오픈식. CJ오쇼핑 제공

첫 타깃은 세계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었다. 처음부터 CJ오쇼핑의 독자 진출은 어렵다고 판단해 합작 파트너를 고르기로 했다. CJ오쇼핑이 글로벌 전략을 위해 중국에서 동분서주한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중국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상하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디어그룹 SMG(Shanghai Media & Entertainment Group)에서 홈쇼핑 비즈니스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먼저 협업을 제안해왔다. SMG 측은 업계에서 CJ오쇼핑의 입지와 영향력 외에 여성친화적인 기업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홈쇼핑의 주요 고객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친화적인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는 게 SMG 측의 생각이었다. CJ오쇼핑도 TV 채널 12개, 라디오 및 신문매체를 소유한 데다 현지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미디어그룹의 제안이 반가웠다. CJ오쇼핑은 개국 전부터 SMG의 매체를 적극 활용해 홈쇼핑 다큐멘터리와 다양한 홍보영상을 제작해 내보냈다. CJ오쇼핑은 SMG와 각각 49 대 51의 비율을 투자해 2004년 4월 1일 동방CJ를 출범시켰다.

동방CJ는 고가 상품 위주로 방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방송 첫날에도 상대적으로 고가인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와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판매했다. 각각 100대가 넘게 팔렸는데 첫 방송 성적표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동방CJ는 디지털 상품과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과감히 프로그램을 짰다. 고가의 제품이 마진이 높은 데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는 데도 좋기 때문이었다. CJ오쇼핑은 동방CJ에 최신식 방송장비와 시설, 방송인력의 직무별 교육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 맞춘 기준을 그대로 중국에 이식함으로써 중국 내 경쟁 업체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동방CJ가 프리미엄 홈쇼핑 채널 이미지를 갖기 위해 노력한 또 다른 전략은 ‘빠른 배송’이었다. 기존 중국 홈쇼핑 업체들의 평균 배송 기일은 7일 이상이었지만 동방CJ는 ‘3일 배송’을 원칙으로 했다. 배송시간을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당시 중국의 교통 인프라와 유통 관례를 생각하면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중국 홈쇼핑 최초로 보험 상품 방송을 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카탈로그를 통한 무이자 할부판매도 시작했다. 또 구매 후 일주일 이내에는 무료 반품과 환불을 보장했고, 교환은 2주 이내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동방CJ는 뭔가 특별하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쇼호스트와 진행자가 동방CJ 방송에서 금을 팔고 있다. CJ오쇼핑 제공

CJ오쇼핑이 효율적인 해외 법인을 운영하기 위해 2007년 세운 자회사 CJ IMC(International Merchandising Company)도 글로벌 사업의 성공을 이끌었다. CJ IMC는 고품질의 물건을 고르고, 탄탄한 상품 체인망을 구축하며, 미국 유럽 남미 등 미진출 지역에도 나가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는 등 많은 일을 수행했다. 그중 방송에 내보낼 제품을 고르며 중소기업에 무료로 컨설팅을 해준 것이 CJ오쇼핑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단순히 방송에 내보내지 않을 제품을 ‘퇴짜’ 놓는 데 그치지 않고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 또 강조할 점 등을 중소기업에 세세하게 알려줬다. CJ IMC에서 무료로 글로벌 컨설팅을 해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강소기업들이 자연스럽게 CJ를 찾아왔다. 처음 계약에 실패하더라도 컨설팅을 받으면서 제품이 발전해가는 사례가 많았다. CJ오쇼핑 측은 “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CJ IMC는 더 넓고 다양한 제품 풀을 갖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방송에 내보내는 제품의 수준도 계속 높아졌다”고 말했다. CJ오쇼핑 또한 이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과정에서 지식,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지식기업으로 진화했다.

터키 MCJ의 방송 모습. CJ오쇼핑 제공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한 CJ오쇼핑은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본 전략은 중국 진출 모델과 동일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각국에서 영향력이 크고 공신력을 갖춘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 현지 파트너와 합작회사를 세움으로써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 현지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인도, 일본, 베트남, 태국, 터키, 필리핀 등에도 차례대로 진출했다. 현지인의 문화와 특성에 맞춘 제품도 꾸준히 발굴했다. 인도에서는 신발 보관대,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 세척제, 일본에서는 고급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등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해외 진출 경험이 축적되면서 글로벌화의 속도도 빨라졌다.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합작 제안이 들어왔다. 솔깃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CJ오쇼핑에서 요구하는 기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감하게 거절했다.

기본 조건은 최고경영자(CEO)를 CJ오쇼핑 측에서 맡는 것, 방송 내내 CJ 로고가 화면에 들어가는 것 등 두 가지였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한 기업에서 해온 협업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어와 인종 문제 때문에 고객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김윤구 CJ오쇼핑 부사장은 “무조건적인 확장보다는 ‘될 것 같은’ 나라에만 진출하고, 일단 진출하면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2017년 세계 홈쇼핑 1등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