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 20년/안전관리 지금은] 성수대교 점검 현장 가보니
《 1994년 10월 21일. 서울 성동구와 강남구를 잇는 성수대교 일부 교량이 붕괴되며 다리 위에 있던 차량 6대가 추락했다. 32명의 사망자를 낸 이 사고는 빨리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정부의 조급함과 안전의식 없이 이윤만 남기려는 건설사 등 사회 전체의 부조리가 종합된 참사로 꼽힌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변한 건 없다. 》
사고 3년 뒤 성수대교는 복구돼 지금에 이르렀지만 이곳은 이 다리에서 여전히 가장 안전성이 우려되는 곳이다. 이에 서울시는 ‘낙교 방지턱’을 설치했다. 만에 하나 다리가 다시 끊어지더라도 밑에 있는 철골 구조물에 자연스레 얹혀 추가 붕괴를 막는 안전장치다. 15일 성수대교 붕괴사고 20주년을 맞아 열린 현장 점검에 취재진을 안내한 서울시 도시안전실의 한 관계자는 “강판을 대어 당시 끊어졌던 곳을 연결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이 낙교 방지턱은 성수대교의 상징적 특성을 감안해 추가한 이중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21일이면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20년이 된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까지 벌어져 당시 사고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성수대교의 교훈을 얼마나 행동으로 옮겼을까.
특별법에 따라 1995년 한국시설안전공단(현 국토교통부 산하)도 신설됐다. 각종 시설물의 정밀안전진단, 진단 기술의 연구개발 및 보급 등 업무를 수행한다. 사고 이후 책임감리제도 도입됐다. 시설물을 점검하는 공무원과 시공업체의 유착을 막기 위해 민간감리업체가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사업비 200억 원 이상 공공 공사에는 모두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제도 보완이 시설물의 안전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 교량 20개 가운데 안전등급 C급인 동호대교와 성산대교를 제외하면 모두 안전등급 B급 이상이다. B급은 ‘양호’로 ‘기능 발휘에는 지장이 없고, 내구성 증진을 위해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고, C급은 ‘보통’으로 ‘전체적인 시설물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며 주요 부재에 대한 내구성, 기능성 저하 등을 막기 위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동호대교와 성산대교는 현재 성능 개선을 위한 보수·보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한강 교량은 △연 2회 정기점검 △1∼3년마다 정밀점검 △4∼6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각종 신기술 및 안전점검 제도도 속속 도입됐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1인 1시설물 전담주치의 제도’를 마련해 한강 교량을 비롯해 터널, 지하차도 등 주요 도로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다. 성수대교를 비롯해 한강 교량 10곳에는 구조물의 온도와 변형 등을 실시간으로 자동 계측하는 ‘온라인 안전감시 시스템’이 설치돼 24시간 운영 중이며, 성수대교에는 계측기 16개가 설치돼 있다.
서울시가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시내 교량, 터널, 철도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을 살펴본 결과 긴급 보수·보강과 사용제한 여부 결정 등이 필요한 안전등급 D급 시설물은 서울역 고가와 북악스카이웨이1교 등 두 곳으로 나타났다. 당장 사용 중지를 해야 하는 E급 시설물은 없었다. 서울역 고가는 보수 공사 후 공원화가 추진되고 있고, 북악스카이웨이1교는 내년까지 보수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성수대교 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가 강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시기별로 필요한 대책과 그에 따른 예산 등을 철저히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hic@donga.com·장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