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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루브르 박물관’ 짓고 역사적 걸작 장기임대… “예술의 메카로” 아부다비의 야심

입력 | 2014-10-16 03:00:00

2015년 개관때 다빈치-고흐 작품 등… 佛 명화 300점 30년 임대 전시
오일머니 1조원 넘게 쏟아부어… 구겐하임 등 유명 건축물도 지어
“돈으로 문화 살 수 있나” 비판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인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전경(위 사진).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밀라노 귀족부인의 초상’(아래 왼쪽)과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아래 오른쪽).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제공

레오나르도 다빈치,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같은 거장들의 명화(名畵)가 한꺼번에 프랑스를 떠나 중동의 모래사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건축 중인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내년 12월 개관 때 전시할 프랑스 박물관의 명화 300점을 15일 공개하고 일부를 보여주는 ‘맛보기 전시’를 시작했다.

‘밀라노 귀족부인의 초상’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점의 다빈치 작품 중 하나다. 고흐의 ‘자화상’, 모네의 ‘생라자르역’,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은 오르세 미술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베르사유 궁전, 앙리 마티스의 ‘매그놀리아가 있는 정물’은 퐁피두센터의 소장품이다. 루브르 아부다비에 작품을 빌려주는 프랑스 박물관은 13곳에 이른다. 대부분의 명화는 중동 지역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돔형으로 바다 위에 떠 있는 형상의 초현대식 건물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30년간 작품을 전시하는 조건으로 프랑스에 10억 유로(약 1조3514억 원)를 지불했다. 2007년 계약 당시 ‘루브르’라는 명칭 사용권만으로 5억2000만 달러(약 5535억 원)를 냈다.

이 박물관은 페르시아(아라비아) 만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디야트 아일랜드(행복섬)의 문화지구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 섬에는 루브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퍼포밍 아트센터’, 영국 대영박물관과 협력해서 짓고 있는 자예드 국립박물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해양박물관’도 2017년까지 속속 개관할 예정이다.

아부다비 프로젝트는 스페인의 문화 전략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스페인은 낙후된 공장지대였던 빌바오에 구겐하임 박물관을 지은 뒤 도시가 탈바꿈했다. 셰이크 술탄 알 나히야 아부다비 관광협회장은 “바그다드, 베이루트, 카이로에 있던 중동의 문화 중심지를 아부다비가 대체할 것”이라며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우선 “문화를 돈으로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막의 오아시스에 세운 아부다비는 자기 정체성이 없어 ‘이탈리아 피렌체’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문화평론가 유세프 이브라힘은 ‘뉴욕 선’지에 “엄청난 오일달러를 쏟아 부어 남의 ‘영혼’을 산다고 해서 문화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에서 현대미술의 대담한 파격을 용인할 수 있느냐는 점도 관건이다. 일단 프랑스의 대여 작품 중에서 누드화나 종교화 등은 제외됐다. 또 대규모 건설현장에 동원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노예노동에 대한 비난도 크다.

하지만 탈레반, 이슬람국가(IS)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문화 파괴주의(반달리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세계문화와의 교류 노력은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규모 박물관 개관으로 이슬람 여성들에게 일자리가 대거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자엔 브리스톨 자예드대 교수(인류학)는 “아부다비의 문화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것”이라며 “에미리트의 역동적인 변화는 새로운 문화유산을 창조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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