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돌려주세요/2부]④한화호텔앤드리조트 ‘특별한 수요일’ 아내와 영화보기-학원 다니기… 여가시간 늘며 업무효율 ‘쑥쑥’ 주말 앞뒤 붙여 열흘 연차 가능… 4, 5년차 직원도 보름 휴가 즐겨
수요일인 8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에서 근무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직원들이 ‘칼퇴근’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저녁 시간을 돌려주기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가로수(가족의 품으로 향하는 수요일) 데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월·화·목·금요일에는 대개 오후 7시가 넘어야 직원들이 퇴근을 한다. 하지만 수요일에는 최고경영자가 인정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후 5시 이후에는 사무실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양 매니저는 “주중의 가운데인 수요일 하루만 일찍 퇴근해도 일주일 전체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느낌”이라며 “한 주의 후반인 목요일 금요일이 돼도 피로감이 없고 주말이 오기만을 목 빼고 기다리는 일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홍보팀의 김보윤 씨(25)는 수요일마다 퇴근 후 학원에서 기타를 배운다. 회원사업지원팀의 한규인 씨(29)는 수요일이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이다. 얼마 전까지는 수요일마다 퇴근 후 독일어 스터디를 하기도 했다. 서정엽 리조트혁신팀장(44)은 수요일 저녁마다 중학생 딸을 학원까지 데려다 주고 있다. 홍보팀의 류지영 팀장(44)은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보다는 수요일 저녁에 아내와 영화를 더 많이 본다. 모두 가로수 데이가 생긴 뒤로 달라진 수요일 저녁의 일상이다. 류 팀장은 “수요일에는 오후 서너 시쯤 되면 아내가 ‘오늘 일찍 오는 날이지? 맛있는 저녁 해놓고 기다릴게’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며 “가로수 데이는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하고 기다리는 날”이라고 말했다.
가로수 데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오후 5시가 넘도록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남아 퇴근을 못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팀장 눈치를 보느라 자리를 뜨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최고경영자는 팀장들부터 ‘5시 칼퇴근’을 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이 많으면 가로수 데이를 없앨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수요일마다 ‘오늘은 가로수 데이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고, 전체 직원에게 ‘5시 퇴근’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사내 메신저로 보내기도 했다.
한화H&R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리프레시 휴가제도 역시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 중 하나다. 리프레시 휴가제도는 연차를 한꺼번에 최대 10일까지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앞뒤와 중간에 주말을 붙여 연차를 사용한다면 한 번에 최대 16일 동안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리프레시 휴가제도가 없었다면 입사 4, 5년차에는 생각하기 힘든 장기 휴가다. 장 매니저는 “여행을 워낙 좋아해 가능하면 휴가는 한 번에 길게 가려고 하는 편이었다”면서 “리프레시 휴가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휴가를 갈 때 상사 눈치가 좀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장기 휴가를 내도 마음 편하게 갔다 올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한화H&R는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집중근무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까지는 흡연이나 티타임 등을 이유로 직원들이 자리를 뜰 수 없게 했다.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이 시간에는 회의 소집도 자제해야 한다. 한규인 씨는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자고 구성원들끼리 약속한 시간대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확실히 올라간다”며 “집중근무 시간에는 잡념이 줄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