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까지 삼성과 넥센의 선두 다툼, LG와 SK의 4위 싸움이 뜨거웠다. 가을 잔치는 물 건너갔지만 하위권 팀들도 한가하진 않다. 당면한 가장 큰 일은 내년 시즌을 위한 감독 선임이다. 최하위가 확정된 한화 김응용 감독은 올해로 임기가 끝난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선동열 KIA 감독도 임기 만료다. 올해까지 계약한 SK 이만수 감독의 운명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계약 기간이 각각 1년, 2년 남은 롯데 김시진 감독, 두산 송일수 감독도 팬들의 교체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야구계엔 감독 대이동에 대한 소문이 많다. 더구나 팬들로부터 모셔오고 싶은 감독 0순위로 꼽히는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이 팀 해체와 함께 자유의 몸이 되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은 더욱 무성해졌다. 최근에는 한화가 김 전 감독에게 팀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는데 김 전 감독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무산됐다는 기사도 나왔다. 정작 김 전 감독은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KIA가 선 감독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1년 계약을 제시했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사다. 그런 만큼 경기 운영과 선수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물론이고 선수와의 소통, 프런트와 언론을 대하는 자세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 구단이든 감독 선임에 신중을 기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과 삼성 시절 2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던 선 감독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반면 ‘대타’로 사령탑에 올라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경우도 적지 않다. 유력한 감독 후보자의 고사로 2004년 두산을 맡게 된 김경문 감독(현 NC)은 2000년대 후반까지 두산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NC에 와서도 창단 3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놨다. 올 시즌 중 갑작스레 영입된 양상문 LG 감독 역시 기적을 일구는 중이다.
▽팬들이 아무리 말해봐야 최종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구단주(또는 오너)다. 사장, 단장 등 프런트가 감독을 추천하고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최종 결재는 구단주가 한다. 구단주 중에는 프런트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도 있다. 정치권 등의 압력으로 감독을 임명한 사례도 없었던 건 아니다. 순간의 선택이 그 팀의 몇 년을 좌우한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게 야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