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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가톨릭과 동성애

입력 | 2014-10-16 03:00:00


성경에 ‘남색(男色)하는 자’라는 말이 나온다. 동성애를 뜻하는 남색은 영어로는 소도미(sodomy)다. 이 단어의 기원은 성경에 나오는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의 소돔에 있다. 성경에 동성애를 한 자는 ‘죽일지니라’라고 돼 있다. 사도 바울은 동성애를 타락의 극치로 봤다. 중세 가톨릭교회의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도 동성애는 중죄로 취급했다. 종교개혁가 루터와 칼뱅은 물론이고 계몽된 칸트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용은 20세기 들어와 개신교에서 시작됐다. 1916년 게이들을 위한 교회가 세계 최초로 호주 시드니에 생겼다. 게이를 처음 성직자로 임명한 것은 1964년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교단이다. 레즈비언은 1977년 영국 성공회에 처음 성직자로 임명됐다. 미국 최대 교단인 미국장로회가 2007년 동성애자의 성직을 허용하자 일부 교회가 탈퇴했다. 개신교는 뜻이 다르면 갈라설 수 있다. 그것이 단점이자 강점이다. 동성애를 인정하는 교회가 계속 늘겠지만 그렇지 않은 교회도 살아남을 것이다.

▷가톨릭은 개신교와 달리 하나의 보편 교회를 지향한다. 교황이 결정하면 모든 나라 모든 교구의 주교가 따라야 한다.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동성애 논의의 물꼬를 텄다. 아직 동거와 이혼도 허용하지 않은 가톨릭이 동거, 이혼과 함께 동성애까지 패키지로 다룬다는 것이 상당히 의외다. 일단 동거 이혼 동성애, 모두 포용하고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된다고 한다.

▷가톨릭이 동성애를 인정한다면 동성애자에게 영세를 거부하는 제한부터 없애야 한다. 동성애자에게 영세를 줄 수 있다면 동성 간 혼례성사와 동성애자 신부 수품을 금지할 근거도 희박해진다. 보수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가톨릭이 동성애자를 죄인 취급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극히 온건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래도 진전이다. 성에 대해 과거와 달리 많은 것을 알게 된 오늘날, 교회도 천성적인 동성애와 천성과 무관한 동성애를 구별할 때가 됐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