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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허용, 왜 합헌결정 내렸을까

입력 | 2014-10-16 03:00:00

[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제15조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은 직업의 자유를 표방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부 제한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의 안마 독점을 요구하는 2006년 시위 장면이다. 동아일보 DB

손상식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원

2006년 국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를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그러자 비장애인 스포츠 마사지사가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왜 합헌이라고 판단했을까. 헌재는 “비장애인의 직업 선택 자유가 제한될 수는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안마사 외에 생계 보장을 위한 대안이 별로 없다. 사회적 약자 우대라는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등 원칙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2008년).

헌재는 또 2010년에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영리 목적으로 안마 시술을 할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조항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3년 뒤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이 같은 내용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을 때에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위헌소송은 우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헌법 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때 말하는 ‘직업’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직업이란 한마디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하는 일이다. 여가활동이나 취미활동은 직업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가수가 부업으로 식당 운영을 한다면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생활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소득활동으로 볼 수 있으므로 직업에 해당한다. ‘직업’ 활동에 따른 소득은 영구적일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지속적이어야 한다. 교수의 일회적인 강사활동은 직업으로 보기 어렵지만, 방학이나 휴학기간 동안 강사 활동은 직업으로 봐야 한다.

우선 ‘직업’을 이렇게 정의해놓고 볼 때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것은 단순히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즉 직업을 영위하면서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삶의 만족과 보람을 느끼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 질서하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까지 보장하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중세 유럽은 엄격한 신분 제도와 그에 따른 직업 세습을 특징으로 한다. 시민 혁명을 통해 이 패러다임이 무너졌다. 근대 사회를 건설한 세력은 시민 계급이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만약 그들이 자유로이 직업을 선택하지 못했더라면 근대는 없었다. 따라서 현대사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즉 공익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소득계층은 빈곤의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헌법은 이런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헌법이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그 자유는 제한된다. 무제한의 자유는 무질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얼핏 보기엔 공익에 해가 간다 하더라도 ‘제한적 조치’를 통해서 공공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직업이라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발물 제조는 그 자체로 공공에게 위협이나 해를 줄 수 있지만 제조자가 안전성을 입증한다면 그것을 제조하는 직업을 막을 수는 없는 식이다.

손상식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