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신인 앞세워 12년전 우승… 이번엔 李활약 뛰어나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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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오리온스는 2001∼2002시즌 단 한 번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주역 가운데 한 명은 신인 가드 김승현이었다. 김병철, 전희철 등 호화 멤버에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김승현의 가세로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그 후 오랜 세월 무관에 그치던 오리온스가 올 시즌 ‘승현 효과’로 우승 트로피 탈환의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물론 김승현은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고려대 졸업반 이승현(22·197cm·사진)이다. 김승현이 공격을 조율하는 코트의 지휘자였다면 이승현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궂은일까지 도맡아 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정교한 3점슛 능력을 지녀 상대 장신 수비수를 외곽으로 끌어낼 수 있어 다양한 전술 구사가 가능해졌다. 신인 특유의 패기와 강한 근성은 오랜 기간 가라앉아 있던 팀 분위기를 되살리고 있다.
오리온스는 2008년 이후 2169일 만에 시즌 개막 후 3연승을 달렸다. 특히 14일에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6전 전패의 수모를 안겼던 SK를 제압했다. 이 경기에서 이승현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13득점, 3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다.
예전 김승현은 화려한 테크닉을 지닌 마르커스 힉스와 콤비를 이뤘다. 지금 이승현의 곁에는 트로이 길렌워터(26·199cm)가 있다. 길렌워터는 위력적인 파워와 함께 남다른 농구 센스까지 지녔다. 길렌워터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틈을 노려 이승현은 손쉬운 기회까지 얻게 됐다. 전문가들은 “오리온스가 이승현, 길렌워터 콤비를 앞세워 약점으로 지적된 골밑을 강화한 덕분에 외곽까지 동반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공격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수비를 잘한다. 루키가 아니라 능구렁이 같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이승현을 칭찬했다. 김승현과 같은 왼손잡이인 이승현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아직 적응하려면 한참 멀었다.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기본부터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