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동 살인사건의 용의자 김모 씨가 피해자 경모 씨를 살해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사건 현장 인근에서 사전 답사를 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 제공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
영화 ‘황해’처럼 생활고를 겪는 조선족을 시켜 청부살해한 혐의의 중소 건설사 대표와 공범들이 범행 7개월만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교사 및 살인 등 혐의로 S건설 이모 사장(58), 공수도 등 무술 20단인 조선족 김모 씨(50), 브로커 이모 씨(58)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장은 살해당한 경 사장과 2006년 7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가 사업비 5억 원을 놓고 4년 동안 소송을 벌였다. 이 사장이 토지매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가 매입을 다 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되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
이 사장은 그동안 들어간 사업비 5억 원을 요구하며 소송을 내 1심에선 승소해 돈을 받아냈지만 항소심에서는 패소했다. 이 사장은 경 사장에게 5억 원을 돌려주지 않다가 경 사장으로부터 사기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당했다.
결국 이 사장은 지난해 9월 초 브로커 이 씨를 찾았다. 이 사장은 “보내버리려는 사람이 있는데 4000만 원을 줄 테니 (범행을 할 만한)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했고, 김 씨가 선정됐다고.
경 찰에 따르면, 김 씨는 중국 옌볜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육 교사로 일하다 2011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생활고를 겪던 지난해 10월 초 중국의 한 체육행사에서 만난 이 씨가 “4000만 원을 줄 테니 사람을 죽여 달라”고 하자 거절하지 못하고 착수금 30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무려 4개월 동안 피해자 사무실 주변을 자전거로 탐색하다 범행 당일 기회를 잡고 생선 손질용 뼈칼(길이 28cm)로 경 사장을 7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 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폐쇄회로(CC)TV 총 120여 대를 정밀 감식, 3월 3일부터 범행 당일까지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계속 배회하던 김 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김 씨는 발끝을 가운데로 모아 걷고, 굽이 높고 뾰족한 검정 구두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보행 자세와 구두가 유사한 김 씨가 사건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2만 원을 인출한 사실을 밝혀내고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 찰 조사에서 김 씨는 “살인 성공 보수로 총 3100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한국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범행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브로커 이 씨는 “(김 씨에게) 살인을 의뢰한 적이 없고 단지 혼내주라면서 500만 원을 대가로 줬다”고 진술했다.
S건설 이 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 소식에 누리꾼들은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 소름끼친다”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영화 ‘황해’ 실사판이네”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 무시무시해”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족 시켜 청부살해.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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