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10대쟁점 긴급 점검]
경제 및 재정 전문가들은 내년 나라 살림을 다룰 예산안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중단하고 치밀한 경제논리를 토대로 세계적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나랏돈 사용처에 대한 시각차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단기 부양책에 동의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함께 챙기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41조 원 정책 패키지보다 더 강도 높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랏빚은 규모 자체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단기간 빚이 급증해 재정건전성에 노란불이 켜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30%대로 낮은 편이라도 무차별적인 돈 풀기 정책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날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다음 정부에 빚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재정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심각한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야당이 재정 확대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은 포기할 수 없는 중장기 과제이지만 경제 활성화를 못하면 경기가 악순환에 빠진다”며 “어느 한쪽만 강조하면 논리에 오류가 생긴다”고 말했다.
○ ‘나라 곳간 어떻게 채워야 하나’ 논란
전문가들 중에서는 정부의 논리가 다소 군색하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서상 증세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은 데다 담배같이 보편적으로 소비가 이뤄지는 품목에 간접세가 붙으면 소득이 낮은 사람이 고소득층보다 세금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역진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은 증세와 건강 증진 목적을 모두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인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반면 야권의 ‘부자 감세(減稅)’ 주장에는 상당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주장은 이명박 정부 때 소득세율을 내린 점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당시 소득세율 인하는 과표(세금 부과 기준소득) 8800만 원 이하인 사람에게만 적용됐고, 과표 3억 원 초과인 경우 세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를 과표 1억5000만 원 초과로 대폭 늘린 데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비과세 감면도 축소해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야권이 ‘세율 인하=부유층 혜택’이라는 도식을 무리하게 주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 교육예산 놓고 대립각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여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반면 야당은 개혁의 큰 틀에 동의하면서도 ‘공무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 사회를 대상으로 ‘연금을 삭감하라’고 직설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양상이다.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 공약 등을 이행하려면 재정이 많이 드는데 야당이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교육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김준일 / 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