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亞경기 출전 유충섭씨 2002년 시력 잃었지만 사이클 입문 왕년의 스타 김동환씨와 한 조 이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탠덤 사이클에서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앞쪽)는 파일럿 역할을 하며 시각 장애가 있는 유충섭 씨와 호흡을 맞춘다. 김 대표와 유 씨가 도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 프로사이클 제공
18일 개막하는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사이클에 출전하는 유충섭 씨(46·사진)는 딸 채림 양(14), 아들 대경 군(6)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시각 장애인이기에 활동적으로 놀아주질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두 자녀 앞에서 도로를 누비게 된다.
그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아니다. 2002년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볼링을 통해 운동과의 끈을 이어갔다. 볼링을 더 잘 치고 싶었던 그는 하체 단련의 필요를 느껴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인천장애인사이클연맹 관계자가 그에게 사이클로의 전향을 권유했다. 자신도 몰랐던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1980년대 한국 최고의 사이클 선수였다. 대학교 1학년이던 1981년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동아사이클대회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고, 1982년과 1984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개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990년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최근까지도 동호인들이 출전하는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부문에서 우승을 밥 먹듯이 한다.
유 씨는 “10여 년 전 장애를 가지게 된 뒤 한동안 상쾌하게 달리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사이클을 시작한 뒤 새삼 바람을 가르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을 향해 달리는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100살(한국 나이 기준)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