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수출코리아] ‘널뛰기 환율’ 피해 中企에 고스란히… 선물환 계약 잘못해 손해 보기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높은 환율 변동성과 엔화 약세 속에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4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광주의 N사는 주로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에 냉장고 모터 등을 공급하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외 모터시장에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환율 변동에 따른 생산비가 들쑥날쑥하는데도 납품 가격은 그대로라 수익성이 나빠졌다. 회사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환율 변동으로 인한 피해는 발주업체가 아닌 중소 납품업체들에 고스란히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광주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신영하이테크도 널뛰기 환율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는 10년 전 어렵사리 거래처를 뚫어 유럽과 일본 등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환율 변동성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선물환’(先物換·미래 시점에 이뤄질 계약의 환율을 쌍방 간에 미리 정해두는 것)을 활용해왔다. 그런데 전문 인력이나 생산공정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적절한 선물환 계약을 맺기 위한 환율 예측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회사는 불리한 선물환 계약으로 여러 번 재무적 피해만 입었다.
박원암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세계 주요국이 치열한 환율 전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환율 변동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국내 중소 수출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인 환율 방어, 금리 조정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