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法 “2014년 수능 세계지리 8번 정답 없다”… 확정땐 큰 파장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민중기)는 16일 김모 씨 등 수험생 4명이 “수능 등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수험생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논란이 된 문항의 정답률은 49.89%였다. 지난해 이 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은 50점 만점에 48점으로 이 문항 하나만 틀렸더라도 등급이 내려갔다. 세계지리를 선택한 3만7000여 명 중 오답 처리로 피해를 본 수험생은 절반가량인 1만8000여 명에 이른다.
○ 법원 “정답은 교과서-현실 모두 반영해야”
평가원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유럽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보고 수능 등급을 매겼다. 수험생들은 총생산액을 비교할 기준시점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지도 우측 하단에 적힌 ‘(2012)’라는 표시에 의하더라도 2012년 세계은행 자료 기준으로 19조8860억 달러였던 NAFTA의 총생산액이 17조3508억 달러대인 EU를 앞질렀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세계지리 교과서와 교재 등에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내용이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2010년 이후의 총생산액은 EU보다 NAFTA가 더 크므로 해당 지문은 명백히 틀렸다”며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수험생들은 고를 수 있는 정답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 국가 상대 손배소 잇따를 듯
오답 처리된 학생들의 수능 등급이 수정된다고 해도 피해 학생이 직접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 취소 소송을 제기해 구제될지는 미지수다. 국공립대의 경우 행정처분 취소 소송의 제소 기간인 ‘행정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이미 지났고 사립대 역시 이미 합격한 학생들을 떨어뜨리거나 ‘정원 외 입학’을 검토해야 하는 등 문제가 남아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희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