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방지일 목사. 한국기독공보 제공
㈔방지일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이날 발행한 ‘심은대로’라는 소책자 1면에 사진과 함께 이 내용이 실렸습니다.
마지막이라지만 사실 이 설교는 2012년 12월 이뤄진 것으로 사연이 있습니다. 개신교 방송인 씨채널이 경기 광주시 진새골사랑의집에서 진행된 녹화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 설교’라는 의미로 부탁한 것이라네요. 이후 고인이 간간이 강단에 섰지만 취지로 볼 때 마지막 설교로 봐도 무방할 겁니다.
고인의 세상을 향한 마지막 당부는 이렇습니다. “내 마음을 항상 잘 살펴서 돌은 골라 치워버려야 하고, 수분이 없으면 수분을 공급해야 하고, 굳었으면 부드럽게 다듬어가면서 옥토를 만들어서, 언제라도 씨가 떨어지면 가장 잘 자랄 수 있도록 늘 가꾸는 우리가 돼야 한다.”
평소 검소하게 생활해온 고인은 해외 방문 중 고령에도 꼭 이코노미석을 타고 호텔 방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룸메이트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는 목사 A 씨의 전언도 있습니다. 방 목사가 머그잔에 모닝 블랙커피를 먹으면서 각설탕을 15개나 넣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장수에 해롭지 않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싱긋 웃으며 “단맛으로 먹지”라고 했는데 그 미소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곁에서 지켜본 방 목사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기도와 성경 암송 뒤 항상 갖고 다니던 노트북을 꺼내 독수리 타법으로 2시간 가깝게 e메일 체크와 답신을 했다고 합니다. 한글은 물론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언어를 변환해 세계 각지에서 온 메일에 대해 큰 글씨로 답변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그 메일 답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올해 초 인터뷰 요청을 메일로 보내자 방 목사는 정말 큼지막한 글씨로 “제가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들어요. 다음에 꼭 뵙죠”라는 답신을 보내 온 기억이 납니다.
14일 한국기독교회장으로 치러진 장례예배에는 개신교계의 많은 목회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평소 고인의 목소리가 특정 교단을 넘어 메아리친 것은 나이와 지위가 아니라 평생을 지켜온 경건한 신앙과 삶 때문이었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