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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여왕… 융합의 달인… 만화 소통가… ‘한국판 퀴리부인들’

입력 | 2014-10-17 03:00:00

국내활동 활발한 女과학자 3人




최근 ‘한국판 퀴리 부인’으로 꼽힐 만큼 활약이 돋보이는 여성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 김윤희 경상대 교수는 특허를 24건이나 보유한 특허 전문가이며 정소희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특유의 화합 능력으로 융합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권남훈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연구교수는 만화를 통해 어려운 과학 연구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노르웨이과학기술대(NUST)의 과학자인 모세르 부부에게 돌아가면서 5년 만에 여성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했다. 아내인 마이브리트 모세르 교수(51)가 남편 에드바르 모세르 교수(52)와 함께 수상의 영광을 안으면서 그는 ‘노르웨이판 퀴리 부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노벨 과학상 수상자 573명 중 여성은 16명에 불과하다. ‘한국판 퀴리 부인’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 과학자를 찾아봤다.

○ 기초와 응용 모두 강한 특허의 귀재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는 유명한 부부 과학자가 있다. 김윤희 경상대 화학과 교수(50)와 현재 총장으로 있는 권순기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55)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KAIST 연구실 동문으로 20대에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아내인 김 교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특허의 귀재’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글로벌프런티어사업인 ‘나노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소속으로 유기 반도체 재료 등에 대한 국내 특허를 24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가 대표적인 유기 반도체인데, 김 교수는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재료와 제조법 등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했다. 기초과학인 유기화학을 공부한 그가 기초와 응용 모두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 교수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6세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너무 젊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교수 임용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상대 교수로 자리 잡은 건 무려 16년이 지난 2006년이었다. 현재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외협력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최근 여성 과학자 수가 늘고 환경도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며 “젊은 여성 과학자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공 불문 화합 이끄는 융합의 달인

남성 과학자가 다수인 과학계에서 특유의 화합 능력으로 융합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여성 과학자도 있다. 정소희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40)은 누구나 함께 연구하고 싶어 하는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화학과 출신인 정 연구원이 현재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체역학 전공자, 물리학자, 공정 장비 기술자 등으로 다양하다. 그는 “미국에서 물리학자가 대부분인 조직에서 연구하면서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멀티스케일 에너지시스템연구단’에 소속돼 자신의 전문 분야인 양자점을 연구하는 데 이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태양전지나 바이오 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양자점을 용액 형태에서 대량으로 합성하려면 표면을 이해하고 조절해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는 물리학 연구와 융합이 필수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이들과 협력을 한다면 미해결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물리학자인 남편을 만난 것도 융합의 한 형태”라고 귀띔했다.

○ 과학만화로 대중 사로잡는 소통 전문가

권남훈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연구교수(41)는 일반인과의 소통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만화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3대 과학 학술지로 불리는 ‘셀’에 발표한 논문을 6컷의 만화로 간단하고 쉽게 설명했다. 세포 성장과 단백질 합성에 특정 물질이 관여하는 복잡한 원리를 아기자기한 만화와 대화체를 통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낸 것이다.

사실 권 교수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다. 대학원에 와서 실험에 빠져 만화가의 꿈을 잊고 지내다가 만화를 그리는 과학자로 유명한 정민석 아주대 의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게 된 일이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틈틈이 그린 만화가 지금까지 총 4편이다.

권 교수는 “국가 예산으로 진행한 연구인 만큼 대중에게 연구 내용을 알리는 일이 과학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에는 만화가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