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독촉-친구 주소위해 무단 열람… 불법행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4급 직원 김모 씨는 공단 시스템에서 노래방 도우미 여성의 인적사항을 무단으로 열람했다. 아내가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일하던 이 여성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돼 주소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씨는 9차례에 걸쳐 남의 개인정보를 허가 없이 검색했다.
또 다른 직원은 처남이 운영하는 장기요양병원에 건강보험 가입자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넘겼다. 공단은 남의 개인정보를 허가 없이 본 이들에게 파면이나 해임을 해야 되지만 수위가 낮은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2010∼2013년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10명 중 정직 처분만 받은 직원은 6명이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이면 누구나 가입한다. 이 때문에 공단은 전 국민의 인적사항이 담긴 거대 정보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해 개인적인 이유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유출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단 직원 31명이 97차례에 걸쳐 가입자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단은 2010년 자신의 누나가 운영하는 장기요양기관에 개인정보를 넘긴 4급 직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장기요양보험 가입 대상자에게 ‘우리 병원으로 오라’며 홍보하는 활동을 돕기 위해서 장기요양보험 가입 대상자 정보를 넘긴 것이다. 공단 직원이 사실상 병원 알선 행위에 가담한 셈이다. 이처럼 고의성이 짙은 개인정보 유출은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수위가 낮은 징계 처분을 내리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정보가 함부로 유출되거나 무단 검색되지 않도록 제반 시스템을 강화하고, 직원에 대한 윤리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