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끝까지 간 4강 싸움에서 최후에 살아남은 팀은 LG였다. LG를 4강에 올려준 일등공신은 뜻밖에도 넥센이었다. LG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5-8로 패했으나 목동에서 넥센이 5위 SK를 7-2로 꺾은 덕분에 ‘어부지리’로 4강에 올랐다. 이로써 19일 마산에서 시작하는 준플레이오프(준PO)는 NC와 LG의 맞대결로 확정됐다. LG는 2013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데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참가하는 감격을 누렸다. 특히 올 시즌 감독 사퇴의 내홍을 딛고 구원투수로 취임한 양상문 감독은 꼴찌에서 4위까지 팀을 끌어올리는 아름다운 기적을 보여줬다.
● SK, 결국 가을잔치 좌절됐으나 감동을 준 5위
SK 이만수 감독은 17일 넥센과의 목동 최종전을 앞두고 오전에 교회를 찾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감독은 기도를 올렸는데 “오늘 이기게 해 달라”가 아닌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이 감독은 “피투성이 상태로 마지막 게임까지 4위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코치와 선수들의 투혼 덕분이다. 8위에서 여기까지 올라와줬는데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2-7 패배로 4강 탈락이 확정된 직후에도 실망감보다는 모든 것을 다 쏟아본 자의 미소를 보여줬다. SK 감독으로서 보장된 3년 계약기간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 이 감독은 “일단은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SK는 16일 두산전 선발이었던 김광현을 제외한 투수 전원을 대기시켰다. 선발투수 채병용에 이어 또 한 명의 선발 여건욱까지 대기시켰다. 준PO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총력전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1회부터 서건창이 시즌 200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유한준의 적시타, 강정호의 시즌 40호 2점홈런이 불을 뿜었다. 넥센 선발 소사는 6.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률 1위(10승2패)가 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한현희~손승락 등 필승 불펜진을 총동원해 SK의 4강 꿈을 꺾었다. 넥센은 1위 삼성에 불과 0.5경기 뒤진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 LG, 감독 사퇴선언한 롯데에 패했지만 어부지리 4위
LG는 4번타자 이병규(7번)가 1회초와 3회초 2점홈런 2방을 터뜨리며 리드를 잡았으나 김시진 감독의 자진사퇴 발표 직후 마지막 경기 승리를 다짐한 롯데의 저항이 거셌다. LG는 선발 우규민이 2.1이닝 6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무너지자 이후 7명의 불펜투수를 투입했으나 롯데타선은 손아섭과 최준석이 홈런 1방씩을 포함해 5타점을 합작했다. LG는 4-8로 밀렸으나 시종 SK가 넥센에 지고 있었고, 결국 SK가 먼저 패배를 확정하자 비로소 여유 있는 경기운영을 할 수 있었다. 5-8로 졌지만 2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19일부터 NC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기 위해 버스를 창원으로 향했다. LG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은 1997~1998년 이후 16년 만이다.
한편 롯데 선발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은 5이닝 4실점으로 시즌 10승을 거둬 김시진 감독의 롯데 마지막 경기에 승리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