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보다 치명적이라고 받아들여 정부 “비공개 합의해놓고 北 트집”… 北의 접촉 전말 왜곡 조목조목 반박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는 17일 “북한이 과도하게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뿐 아니라 군 차원의 대북 심리전 중단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위급 접촉의 주요 의제로 올리려는 의도라는 것.
군의 대북 심리전은 △‘자유의 소리’라는 FM 라디오 방송 △인터넷 심리전으로 나뉜다. 2004년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선전활동 중단에 합의했으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단행된 5·24조치에 따라 재개됐다. 군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했지만 실제 방송은 하지 않는 상태다.
국방부는 전날에 이어 17일에도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의 전말을 밝힌 북한 ‘공개보도문’의 왜곡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접촉을 공개하자는 요구를 남측이 거부했다’는 북측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사전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비공개에 동의하고도 발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이 7일에 이어 8일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긴급 단독 접촉’을 거듭 제안해 와 이를 검토한 뒤 10일 군 당국자 간 비공개 접촉을 제의한 것”이라며 “북측도 이를 수용해 접촉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15일 판문점에서 남북 군사접촉 시작과 함께 북측이 공개를 요구했지만 남측이 거절했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통상 남북 간 회담을 시작하면 회담 절차에 따라 공개냐 비공개냐를 물어보는 게 관례다. 그런 차원에서 북측이 묻자 비공개로 하자고 답했을 뿐이라는 것. 이미 양측 간 비공개 합의를 한 마당에 북측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10일 자신들의 요구에 계속 불응할 경우 모든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하자 남측이 1시간여 만에 부랴부랴 제의를 수용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와대 등 유관부처와 협의해 비공개 접촉을 제의하는 대북 전통문을 준비했다가 북측의 추가 통지문을 받고 답신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 군사당국 간 접촉에서 북측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우리 측이 두 사안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북측은 ‘우리도 할 말이 많다’는 취지를 언급했지만 유감이나 사과 의사를 전혀 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