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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회장 징역 12년 선고

입력 | 2014-10-18 03:00:00

‘사기성 CP 발행’ 투자자 4만명 1조원대 피해
법원 “상환 능력 없으면서 은폐”… 2000년 이후 재벌총수 최고 형량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여 명에게 1조30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동양그룹 사태’의 책임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5·사진)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2000년 이후 기업 범죄로 기소된 재벌 총수에게 내려진 형량 중 최고 수준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현 회장에게 “자본 시장과 기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들었음에도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과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7)은 징역 5년,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셔널 대표이사(45)는 징역 3년 6개월,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40)는 징역 4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동양그룹 사태는) 피해자의 수나 피해금액의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기업경제 범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벌 총수로서 이미 그룹 내부로부터 부도가 예상된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경영 지배권에 집착한 나머지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대신 규제를 위반하고 편법적으로 회피했다”며 “그룹의 재무상황이나 구조조정의 실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현 회장은 피해액 1조2958억 원에 이르는 CP 등과 회사채 발행 및 판매 관련 사기 범행을 저질렀고, 6297억 원 상당의 계열사 간 부당지원으로 인한 업무상배임, 141억 원 상당의 횡령, 2차례에 걸친 동양시멘트 주식에 대한 시세 조종 등의 혐의로 1월 기소됐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구조조정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지원도 불가한 상황이었던 점 등에 비춰 CP와 회사채 등이 만기 상환이 불가능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동양 계열사의 지분 가치를 과장 홍보하는 등 금융 상품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