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안전’… 왜 피해 컸나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모습. 50여 명의 시민이 환풍구 위에 올라서거나 걸터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원 안). 사진 출처 kimkang4 트위터
강인석 경상대 토목공학과 교수(54)는 “덮개가 지탱할 수 있는 설계하중이 있을 텐데, 그를 초과한 인원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사람들이 많이 올라갈 일이 없다 보니 갑자기 몰린 사람들의 무게를 견딜 정도로 덮개가 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고 당시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 현장에는 700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무대를 잘 보려고 50여 명이 지상에서 허리 높이로 솟아 있는 환풍구 위로 올라가면서 20m²(가로 4m, 세로 5m) 넓이의 덮개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하중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61)는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현장의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올라가도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관객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환풍구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환풍구에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한 만큼 주최 측의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 무대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뒤쪽의 관객들이 주변의 높은 곳을 찾아서 올라갈 것이라는 걸 예상해서 환풍기 덮개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임시 담장을 치거나 관리자를 배치해 관객들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공연 주최 측은 “환풍구에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했다”고 구청 측에 밝혔지만, 기자가 만난 현장의 목격자들은 모두 “안내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현장 관리자가 ‘당시 관객들에게 환풍구에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사고가 난 환풍구에 50여 명이 올라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사고가 난 환풍구는 공연장이 아닌 바깥의 자유구역”이라며 “완전히 통제가 안 되다 보니 사람들이 마구 몰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와 세월호 사고에 이어 또다시 대형 참사가 터지자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바뀐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는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고 발생 6개월이 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이수곤 교수는 “사고가 다발하고 있는데 안전에 대한 ‘학습효과’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