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관광단지, 축제 속으로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허수아비 팔 벌려 웃음 짓고 초가지붕 둥근 박 꿈꿀 때
고개 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 가는
가을바람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놀
―이동진 작사·최현규 작곡 동요 ‘노을’ 전문》
![](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14/10/18/67247801.1.jpg)
‘저 노을 좀 봐./저 노을 좀 봐.//누가 서녘 하늘에 불을 붙였나./그래도 이승이 그리워/저승 가다가 불을 지폈나.//이것 좀 봐./이것 좀 봐.//내 가슴 서편 쪽에도/불이 붙었다.’(조태일 ‘노을’에서) 노을은 서럽다. 막막하다. 온 하늘을 불살라 먹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침노을은 찬란하지만, 저녁노을은 쓸쓸하다. 쪼글쪼글 서해갯벌에서 바라보는 노을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평택호관광단지는 서해노을 전망지역으로 으뜸이다. 갈대가 서걱서걱 울고, 갈매기가 끼룩끼룩 붉은 울음을 운다. 사진은 평택방조제에서 바라본 핏빛 서해노을. 메모리인평택 박성복 씨 제공
평택호관광단지는 1974년 방조제 준공이후 한해 200만∼300만 명이 북적일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서서히 내리막을 걷더니 2000년 서해대교 개통 이후 외진 곳이 되어버렸다.
요즘 평택호관광단지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지고 있다. 2001년 유리 피라미드형 평택호예술관이 들어서고, 2011년 한국소리터가 자리 잡으면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바뀌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단골 소풍지가 된지 오래다. 평일엔 우리가락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휴일엔 평택 웃다리농악 등 각종 공연을 보기 위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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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부터 음표 소리의자, 숟가락건반 물퐁퐁피아노, 상모소리의자. 평택=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평택호관광단지의 중심은 단연 ‘한국소리터’이다. ‘한국국악 현대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평택국악인 지영희 선생의 얼을 기린 국악의 전당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평택 웃다리농악의 5무동은 화려하다. 모심는 소리, 논매기소리, 비단타령 등의 농요도 정답고 흥겹다. 고기잡이노래, 상여소리는 평택지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가락이다.
하지만 자칫 평택의 속살을 지나치기 쉽다. 굿과 농악, 민요가 흐드러진 곳. 무속음악의 요람지. 저녁노을에 넋이 나가는 고을…. 평택호에서 바라보는 서해노을은 슬프다. ‘보아주는 이 없어서 더욱 아리따운 아낙(나태주 시인)’ 같은 노을,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 듯이 하늘에 붉은 꽃이 가득한(서정윤 시인)’ 노을, 쪼글쪼글한 서해갯벌을 단숨에 벌겋게 달구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는 노을….
울긋불긋 짐벙지는 시월. 평택호 노을전망대에 한번 가보라. 평택 원평나루나 바람새마을에서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라. 인간사 참 덧없구나. 서럽고 막막하구나.
▼Travel Info▼
▼평택호 가는 길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321, 현덕면 평택호길 159) ▽승용차=서울∼서해안고속국도∼서평택나들목∼평택호, 서울∼평택화성고속국도∼39번국도∼평택호 ▽버스=평택공용버스터미널→안중터미널(82-1, 82-2번 버스) ▽전철=1호선 평택역→평택시외버스터미널→안중터미널(82-1, 82-2번 버스)
♣평택호관광안내소 031-8024-8687, 031-683-7303
평택=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