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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문항 오류 판결 상소” 하루만에… 한발빼는 교육당국, 왜

입력 | 2014-10-20 03:00:00

11월13일 치러질 수능 앞두고 평가원 담당자들 모두 격리상태
“대책 논의 못해… 기다릴 수밖에”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에 대한 항소심 판결 이후 부실한 수능 관리를 놓고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교육당국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6일 판결 직후 “상소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후에야 상고 여부나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교육당국이 법원 판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15학년도 수능 때문이다. 11월 13일로 예정된 수능을 앞두고 평가원의 수능 업무 담당자들은 이달 초부터 수능 출제위원들과 함께 모처에 격리된 상태다. 수능출제본부에 차출되면 30일 이상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다. 직계 존비속의 상(喪)을 당해도 경찰 동행하에 간단히 예를 올린 뒤 곧바로 복귀해야 할 정도로 외부 출입이 통제된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인터넷, e메일, 팩스 등 외부와의 교신도 모두 금지된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감금’이 해제되는 수능일까지 교육부는 평가원의 수능 담당자들과 대책 논의를 할 수 없다. 수능 출제 및 관리는 평가원의 고유 권한이라서 교육부는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이번 항소심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 미리 대응책을 세우지 않은 것도 후속 대책이 늦어지는 또 다른 이유이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서 수험생들이 패소하자 교육부와 평가원이 너무 마음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물론이고 ‘수능 등급 결정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한 기조였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항소심 당일 오전까지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는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두 항소심 판결은 모두 서울고법 행정7부를 통해 원심 판결이 완전히 뒤집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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