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수출코리아]<5·끝> 위기 극복위한 과제 中의존 낮추는 다각화 서두르고… 韓流 등 브랜드가치 차별화 필요 투자 막는 정치리더십 회복도 절실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실적이 발표되면서 차이나 쇼크가 현실화됐지만 스마트폰 부품소재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 환율 안정과 내수시장 확대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기업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건 장기간이 필요하지만 단기 경쟁력을 결정하는 건 환율”이라고 말했다.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정책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 위주의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장 다각화 노력도 절실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내수시장을 확대해 수출시장이 급속하게 나빠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내수시장 확대는 결국 한국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는 전략도 필요하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제조업체뿐 아니라 서비스 업종에서도 부가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대통령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유병규 자문위원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한류 같은 문화적 매력을 첨가해야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브랜드 가치의 재발견
연구개발(R&D) 분야의 육성을 통해 일본과 차별화된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산업군은 특허나 지적재산권 등을 통해 수십 년간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TV나 모바일 기기 등 소비자가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잃었지만 도레이 같은 소재부품 업체들이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것도 이런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유 자문위원은 “한국은 소재부품 분야에서 결국 일본 기업과 다시 한 번 승부를 내야 한다”며 “결국 우리의 강점인 정보기술(IT) 분야를 접목하고 신소재 개발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회적 신뢰와 정치 리더십 회복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처방이 효과를 보려면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보고 기업 투자가 살아나려면 사회적 신뢰와 함께 정치권의 리더십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경제연구부문장은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니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호경 기자